당 선관위 “후보자 대한 무분별한 의혹 제기 안돼”…安 저격
김기현, ‘부동산 투기 의혹’ 제기한 황교안 대신 안철수 겨냥
TV토론에서도 ‘김기현-안철수’ 구도 굳히기…“왕따 전략”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부동산 투기 의혹’을 놓고 김기현, 안철수 후보가 맞붙었다. TV토론에서 황교안 후보가 제기한 투기 의혹을 안 의원이 받자, 김 후보는 안 후보의 발언에 대해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조치를 요구했다. ‘후보직 사퇴’까지 언급한 황 후보를 놔두고 안 후보의 발언만 문제 삼은 것을 두고 당내에선 김기현, 안철수 후보가 ‘양강 구도’ 지키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與 선관위, ‘김기현 투기 논란’에 “무분별한 의혹 제기 안돼”…사실상 안철수에 ‘경고장’
유흥수 국민의힘 선관위원장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전당대회 열기가 과열되며 후보 간 근거 없는 비방, 일부 후보의 지나친 언행으로 국민들과 당원께 우려를 끼치고 있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선관위는 후보자들의 상호 비방 및 무분별한 의혹 제기와 관련한 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전당대회에 출마한 모든 후보자는 근거 없는 비방과 무분별한 의혹 제기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며 “이런 행위가 지속될 경우 당헌, 당규에 따른 직접적인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유 위원장의 발언은 사실상 안 후보를 겨냥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는 지난 16일 안 후보의 ‘투기 의혹’ 발언이 인신 모독 행위라며 공문을 발송했다. 유 위원장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이번에는 안 후보가 과했고 잘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배준영 선관위 대변인은 회견 직후 ‘안 후보의 발언에 대한 선관위 입장인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오늘은 유 위원장이 읽은 문장 그대로 받아주셨으면 좋겠다”, “유 위원장이 밝힌 문장으로 갈음하겠다”고 거듭 말하며 선을 그었다.
김기현·안철수, 천하람·황교안 ‘왕따 전략’?...‘양강 구도’ 지키기 총력
김 후보 측의 ‘선택적 견제’를 두고 ‘양강 구도’를 지키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3일 천하람 후보가 당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후 김기현,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요동친 만큼, 이들의 영향력을 본선 투표 전에 최소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실제 지난 15일 TV조선이 주최한 첫 TV토론에서 김기현, 안철수 후보는 서로에게만 집중했다. 이들은 첫 주도권 토론에서 안 후보에게만 공격을 쏟아냈다. 김 후보는 “안 후보께서 윤석열 대통령과 대선 당시 단일화를 하면서 나름대로 역할을 했지만, 과연 치열하게 싸웠는지 기억이 없다”, “안 후보를 도왔던 사람 중에 금태섭 전 의원 등이 떠났던 것을 보면서 포용하는 리더십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비꼬았다. 안 후보도 김 후보를 향해 “우리당 안방인 울산에서 4선을 했으니 이제 험지에 가실 때가 된 것 같다”, “(김 후보가) 내년 총선 후보를 법조인으로 채운다면 586 청산이 어려울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들 후보는 황교안, 천하람 후보에 대해선 ‘공감’의 메시지를 주로 내며 ‘포용’ 이미지 구축에 나섰다. 김 후보는 황 후보에게 ‘사법시험 제도 부활’에 공감한다고 했고, 안 후보는 천 후보에게 “험지인 호남에서 노고가 많다”며 당에서 호남 지역에 어떤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두번째 주도권 토론에서도 양 후보는 서로에 대해서만 토론했다. 안 후보는 김 후보를 집중공략했고, 김 후보도 앞서 천 후보의 질문에 못 다한 답변을 했을 뿐, 나머지 두 후보에게 질문하지 않았다.
장성철 정치평론가는 본지와 통화에서 이번 TV토론을 평가하며 “천 후보의 존재감이 두드러지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김기현, 안철수 후보가 상대적으로 천 후보에게 질문을 안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양강 후보가 천 후보에게 ‘왕따 전략’을 써 양강 구도를 유지하려고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당 선관위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양 후보 간 신경전은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이종철 안철수 캠프 대변인은 17일 당 선관위 기자회견 직후 논평을 내고 “선관위의 걱정과 독려를 존중하여 처음주터도 그러지 않았거니와 이후에도 그러지 않을 것임을 확인한다”면서도 김 후보를 겨냥해 “자기 것 없이 남에 기대는 것이나, 변명하며 면피하는 모양새다, 상대방을 흑색선전할 때나, 당 대표의 무게가 참으로 깃털같다”고 비꼬았다.
그는 “자신이 한 수많은 흑색선전을 혼자서 쿨하게 다 잊고 한 가지 사실 관계를 밝히라고 들이대니 혼비백산 줄행랑 치듯 네거티브 안 하겠다고 화제 전환에 안간힘”이라며 “김 후보는 ‘KTX 울산 역세권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문재인 정부 당시 39번의 영장 청구가 있었다고 반복적으로 말하는데, 여기에 대해서 정말 단 한 번의 영장 청구라도 있었는지 대답해보길 바란다”고 거듭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