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내용 모호성 탓 수사도 장기화

여력없는 중소기업에 더 큰 고통

#. A사는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수십억원을 투자해 한 로펌으로부터 컨설팅을 받았다. 로펌에서는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선임하면 대표이사가 법 적용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관측했지만 실제 다른 기업의 대표이사가 수사받는 사례가 나오면서 여전히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산업현장에서는 아직도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수사기관에 따라 처벌 대상을 해석하는 경우가 제각각이어서 기업들의 고충이 계속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처벌 대상으로 적시된 경영 책임자 범위가 여전히 모호하다는 것이다.

주요 기업은 지난해 법 대응 차원에서 CSO를 선임했다. 하지만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법 시행 이후 CSO를 둔 기업이더라도 대표이사를 안전의무 이행 주체로 보고 주된 수사 대상으로 삼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우에 따라서 최고경영책임자(CEO)가 자주 바뀌는 회사가 있다. 이럴 때 안전 관련 시스템을 만든 CEO가 책임 있는지, 후임자가 법 적용을 받는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사건 수사가 혐의 입증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수사가 장기화하는 경향도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기준으로 수사기관이 경영 책임자를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사건은 11건, 기소까지 기간은 평균 237일(약 8개월)로 나타났다. 고용노동청은 평균 93일(약 3개월),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평균 144일(약 5개월)간 수사를 진행했다.

법 내용의 모호성으로 중소기업들은 더욱 고통을 받고 있다. 대한상의가 5인 이상 290개 회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50~299인)기업의 44.6%, 소(5~49인)기업의 80%가 법을 이해하지 못하고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안전전담인력을 두고 있는 중기업, 소기업은 각각 55.4%, 10%에 불과하다.

한 기업 관계자는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 기업인 점을 뒤늦게 인지하고 조직을 만들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동안 기획 업무는 사실상 마비된 적이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안전관련법이 너무 방대하고 복잡해 어디서부터 챙겨야 할지 여전히 혼란스러운 부분이 많다”며 “법 대응 사항에 대해 정부에서 무료 점검과 지도에 힘써야 하고, 자금이나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정책적인 지원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영대·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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