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대구공장 부지 활용
‘스타트업 육성’ 지역 1호 캠퍼스
“400년 전통을 가진 영국 모직과 경쟁한다는 발상부터가 어리석다.”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이 처음 제일모직을 설립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선 이를 헛된 꿈으로 폄훼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 사내 임직원들도 자본·기술·시장 어느 쪽으로 보나 모직 사업은 한국에 위험하다며 만류에 나섰다. 그러나 당시 이 창업회장은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을 감행한다. ‘국민 모두가 손쉽게 양복을 입을 수 있게 됐으면 하는 소망’, 이른바 ‘사업보국’ 정신을 바탕으로 회사 설립을 추진, 1956년부터 본격 가동하게 된 제일모직 대구공장 준공에 나선다.
1970~1980년대 ‘수출 한국’의 발판 역할을 했던 이 제일모직 대구공장 부지에 삼성전자의 외부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C랩 아웃사이드’ 지역 1호 캠퍼스가 열린다. 지역 내 창업 생태계와 경제를 활성화하는 유망 스타트업들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전날 대구시 북구 삼성창조캠퍼스에서 ‘C랩 아웃사이드 대구 캠퍼스’ 개소식을 개최했다고 23일 밝혔다. C랩 아웃사이드 대구 캠퍼스는 북구 호암로 51 ‘삼성창조캠퍼스’ 안에 있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건물 2층에 자리 잡았다. 삼성창조캠퍼스는 옛 제일모직의 공장부지 2만7000평(약 8만9000㎡)에 조성된 지역 랜드마크이다.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국내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외부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아웃사이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의 창업 인프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구·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와 협력해 지난 8년간 333개(대구 185개, 경북 148개)의 지역 대표 스타트업을 육성했다.
이들은 매출 8700억원, 투자 유치 4100억원, 신규 고용 4100명 등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그동안의 C랩 운영 노하우를 기반으로 지역의 우수 업체를 직접 선발, 육성하는 방식으로 지역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고도화하기로 했다. 그 첫 행보로 C랩 아웃사이드 대구 프로그램을 신설, 대구 소재 스타트업들이 서울로 오지 않더라도 기존의 C랩 아웃사이드 육성 프로그램과 동일한 혜택과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C랩 아웃사이드 광주, C랩 아웃사이드 경북을 개소하고 지역 창업 생태계 지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개소식에 앞서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의 추천을 받고, 전문가의 심사를 거쳐 헬스케어, 로봇, 소재부품 분야 등 지역 내 혁신 스타트업 5개사를 선정했다.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선도도시라는 지역 특성에 맞게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을 중점 선발했다.
박기수 네오폰스 대표는 “음성과 언어를 활용해 질환을 예측하는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C랩 아웃사이드 대구에 선정된 스타트업들은 ▷최대 1억원의 사업지원금 ▷성장 단계별 맞춤형 컨설팅 ▷삼성전자 및 계열사와의 협력 기회 연결 ▷CES 등 국내외 IT 전시회 참가 ▷국내외 판로 개척 등 향후 1년간 서울의 C랩 아웃사이드 스타트업과 동일한 지원을 받게 된다.
한편 삼성전자는 C랩을 통해 현재까지 총 856개(사내 391개, 사외465개)의 사내벤처와 스타트업을 육성했으며, 특히, 526개 C랩 스타트업들의(아웃사이드 465개, 스핀오프 61개)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1조3600억원에 달한다.
김지헌 기자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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