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서양 식기의 세계(카노 아미코, 겐바 에미코 지음, 박서영·김경철 옮김, 클라우드 나인)=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 등장한 그릇과 찻잔들이 각종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다. 독특한 10각형 찻잔의 로얄코펜하겐부터 톡톡 튀는 패턴에 이국적 향취가 느껴지는 러시아 황실 도자기로 유명한 로모노소프 등이 주인공이다.
이 책은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서양 식기의 교과서’를 표방한다. 서양식기와 도자기의 기본이 되는 원료와 종류, 문양의 종류 등 기초 지식부터 세계적 브랜드와 디자인 양식, 역사적 배경, 사용법까지 총망라한 이책은 평소 식기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교과서로 삼을 만하다. 세계 명품 브랜드를 국가별로 소개한 2장은 손을 놓기 어렵다. 독일의 마이센, 카페엠 베를린, 프랑스의 세브르, 앙시엔 마뉘팍튀르 루아얄, 영국의 로얄 크라운 더비, 로얄 우스터, 웨지우드 등의 자기들을 풍성한 사진과 아름다운 일러스트로 만날 수 있다.
도자기의 전래와 탄생의 역사적 배경도 흥미롭게 담아냈다.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는 일본 에도시대 대외 독점지였던 데지마에서 올드 이마리 등의 도자기를 대량 운반해 유럽으로 퍼트렸으며 오스트리아 왕위계승 전쟁과 7년 전쟁은 프리드리히 대왕의 후원아래 독일의 카페엠 베를린 탄생의 계기가 됐다.
도자기 역사를 장식한 주요 인물들도 소개해 놓았다. 프랑스의 전원풍 도기를 알렸지만 위그노 신자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하지 않아 감옥에서 눈을 감은 도공 베르나르 팔리시, 프랑스 세브르 가마를 키운 퐁파두르 부인, 수레국화 문양으로 유명한 루이 16세 양식의 식기를 만들어낸 마리 앙투아네트 영국 도자기의 아버지 웨지우드 등의 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다.
▶신들은 죽임당하지 않을 것이다(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황금가지)=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SF환상문학 작가 켄 리우의 세 번째 단편 선집. ‘종이 동물원’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독자를 확보한 작가의 미출간 단편 중 엄선해 엮은 두 번째 한국판 오리지널 단편집이다. 드론 전쟁,가상 현실, 외계행성, 대체역사 근미래 등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11편의 단편이 실렸다.
첫 수록장인 ‘루프 속에서’는 어릴적, 전투 드론 조종사였던 아버지의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로 붕괴된 가정에서 자라난 카이라가 드론 조종사의 이런 장애를 줄이기 위해 제작한 로봇으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드론이 현대전에 도입되는 상황 속에서 생길 수 있는 여러 가능성들을 작품 속에 담아냈다.
인간의 정신을 데이터 세계로 보내고 육신을 버리게 된 인류의 변모 과정을 그려낸 ‘싱귤래리티 3부작’의 프리퀄인 ‘포스트 모던 3부작’ 중 ‘신들은 순순히 죽지 않는다’는 디지털화된 초기의 인격체들 사이에 벌어진 사이버 전쟁을 소재로 삼는다. 디지털 인격들은 저마다의 능력으로 인류를 파괴하거나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이는 결국 핵전쟁 등 인류의 실체적 위협으로 이어지는 등 새로운 형태의 전쟁을 그려낸다. 마루타, 위안부, 미서부 개척기의 중국인 등 역사적 사건을 소설로 끌어들였던 켄 리우는 이번엔 단편 ‘북두’에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삼아 흥미를 돋운다.
▶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마이클 슈어 지음,염지선 옮김, 김영사)=환경에 민감한 이들은 윤리적 소비를 삶을 모토로 삼곤 한다. 플라스틱 컵은 쓰지 않고 차를 타는 대신 걷는다. 좀 비싸더라도 풀밭에서 키운 닭의 달걀을 먹는다. 왠지 착한 사람이 된 듯 기분이 상쾌해지겠지만 윤리적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그가 열심히 걸은 신발은 저개발국의 저임금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의 산물일 수 있다. 일상은 윤리적 딜레마의 연속이다.
마트에서 장 보고 난 뒤 쇼핑 카트를 굳이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할까? 사회적 논란을 불러 일으킨 배우의 영화를 봐도 될까? 가난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아이폰을 사도 될까? 저자는 사소한 듯 고민 되는 일상의 난제를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를 궁구해온 철학자들의 지혜를 빌려 유쾌하고 쉽게 풀어나간다.
친구가 면접 때 입고 갈 옷이 촌스럽다면 사실을 말해야 할까? 말하면 마음이 상해 우정에 금이 갈 수도 있고, 말하지 않으면 면접에 떨어질 수도 있다. 손익을 따지고 망설여진다면 “어떤 경우에도 거짓말은 하면 안된다”는 시원한 칸트식 해법은 어떤가.
저자는 윤리적 피로감이라는 용어를 중요하게 언급하는데, 이는 저자가 만든 개념이다. 온라인 네트워크의 폭발적 전파력 덕분에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다른 사람들의 윤리적 판단을 불러올지 모른다는 걱정에서 오는 피로감을 말한다. 예능감 넘치는 저자의 글쓰기 덕에 고리타분할 수 있는 철학자들마저 친근하게 다가온다. 저자 마이클 슈어는 ‘SNL’‘더 오피스’등을 성공시킨 스타 프로듀서다.
이윤미 기자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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