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에 빠진 정부 물가 정책]
출범 초 시장원리 내세우다 ‘개입’으로 급선회
공공요금 일단 동결, 공기업 적자 누적 불가피
소줏값 인상 민심 악화에 실태조사로 업계 압박
경기침체 속 민생 부담 가중에 정부개입 불가피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시장원리냐 정부개입이냐” 최대 경제현안인 물가 정책을 놓고 정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고물가 속 경기 침체가 심화하면서 공공요금과 상품 가격을 시장에만 맡겨두자니 대내외 환경이 녹록치 않다. 그렇다고 정부가 시시콜콜 개입하자니 이로 인한 역효과가 우려된다.
27일 정부와 관련기관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시장원리에 따른 경제운용 원칙을 천명하고 그동안 묶여 있던 가스·전기료·교통요금 등 공공요금의 인상에 나섰으나 물가 급등에 대한 국민들의 원성이 들끓자 시장개입으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동시에 금융권의 예금·대출 금리와 통신료 인하를 유도하는 한편, 최근에는 소줏값 인상에 제동을 거는 등 민간 부문에 대한 개입을 확대하고 있다.
당초 윤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시장 가격에 따른 인상 요인을 외면하고 가격을 억제하는 것은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했던 것과 사뭇 다른 움직임이다. 하지만 당장 가격 인상을 억제하면 물가 오름폭을 줄일 수는 있지만, 한전과 가스공사 등 관련 공기업의 적자 누적 등 후폭풍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동시에 가격의 수요 조절기능이 약화와 가격 상승 요인의 누적으로 인한 파장이 우려된다.
특히 정부 정책의 일관성 상실에 따른 신뢰도 하락 등 후유증도 예상된다. 그럼에도 정부는 당장 물가 안정에 정책의 방점을 찍고 있다.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미이다.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서민 고통이 커진 상황에서 물가 부담에 허덕이는 민생경제를 방치할 수 없는 탓이다.
이를 위해 금융 및 통신 등 국민 체감도 높으면서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는 업종에 대해선 과도한 이익독식을 방지함으로써 서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독과점 체제를 손보기로 했다. 최근 급등하면서 사회적 파장을 몰고 왔던 가스 등 난방 관련 요금과 전기료도 상반기 중 동결하되, 하반기 점진적 인상 및 서민부담 경감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당초 4월 인상 예정이었던 교통요금도 일단 동결했다.
원재료 및 생산비용 증가에 따라 ‘소주 한병에 6000원 시대’ 논란에도 정부 입장이 난처해졌다. 주류세를 지난해 물가상승률(5.1%)의 70%인 3.57%로 인상키로 하면서 일반 식당에서 소주 한병 가격이 6000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소주가격 실태조사에 착수키로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세금이 좀 올랐다고 주류가격을 그만큼 혹은 그보다 더 올려야 하는지 업계와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주류세 인상분 부담을 기업에 전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하기도 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가계에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면 집권 여당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정부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소주 가격 역시 정부의 물가정책이 친시장 정책과 정부의 적극 개입이라는 두 정책 방향을 놓고 정부의 균형 잡기가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왜곡된 시장에 최소한으로 개입하고, 공공요금 인상 억제를 통해 원가 절감을 유도하는 것은 정부가 추진할 수 있는 대책 중 하나”라며 “정부는 물가를 우선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현안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며 중장기 경제 정책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thlee@heraldcorp.com
![요즘 ‘큰손’들은 주식 팔지도 사지도 않는다…‘11월 3일’부터 본다, 왜? [큰손 따라잡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826.97fcdbca4f2c4562acc488b50990cb2d_T1.jpg?type=h&h=240)

![못 믿을 AI기업…검증하고 평가받게 하라[머브 히콕]](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823.2391f1fe070840f39f8da5e471902ef7_T1.pn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