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미쓰 전무 본지와 만나 밝혀

과거 美규제로 日반도체 쇠락

학술대회서 협력적 관계 강조

일본의 반도체 산업 리더십 복원을 목표로 설립된 ‘라피더스’의 고위 관계자가 미국 반도체 규제에 대해 “지나치게 공격적(too aggressive)”이라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3면

야스미쓰 오리(사진) 라피더스 전무(Senior Executive Officer)는 지난 8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 학술대회 ‘IEEE EDTM 2023’에서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헤럴드경제 기자의 질문에 “라피더스도 고민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에 대해 일본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가 공개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피더스는 지난해 토요타와 소니, 소프트뱅크, 키옥시아, NTT 등 일본 대기업 8곳이 첨단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설립한 합작회사다.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강조하는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최근 미국은 중국을 대상으로 한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반도체 산업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각종 보조금 규제를 내놓고 있다.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생산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향후 10년 동안 중국에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 증설을 할 수 없고 기업 재정 여력과 현금 흐름, 고용계획 등 내부 정보를 전부 공개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한국을 포함한 일본, 대만 등 반도체 주요국들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야스미쓰 오리 전무는 “과거 미국 규제로 일본 반도체 산업이 쇠락했는데, 지금 미국이 또 규제로 전세계 반도체 주권을 가져오려고 하는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이 함께 협력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1980년대 중후반 미국이 일본의 반도체 산업에 대해 덤핑 여부를 조사하거나 제소를 하는 등 통상 압박을 가하며 견제한 사례를 짚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일본은 메모리 분야가 약하지만 앞으로 2나노 기반의 로직 반도체에서 경쟁력을 갖출 것이고, 한국은 D램 등 메모리 분야에 강점이 있다”며 “일본의 로직, 한국의 D램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스미쓰 오리 전무는 최근 한일관계 개선이 반도체 시장 협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조만간 윤석열 대통령이 도쿄에 방문하는 등 한일 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내 자녀 세대가 한국 문화를 굉장히 좋아하고, 한국과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향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반도체 업계 권위자들이 모여 ‘공급망 위기 속에서 세계 반도체 R&D 협력은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최리노 인하대 교수가 진행을 맡고 야스미쓰 오리 전무와 함께 이병훈 포스텍 교수,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 임성규 조지아텍 교수, 아이멕(Imec)의 로드 로어스가 패널로 참여했다. 패널로 참여한 다른 전문가들도 미국의 반도체 규제가 다소 지나치다는 데 동의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봉쇄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경쟁과 협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병훈 포항공대 반도체기술융합센터장 교수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봉쇄 조치를 내밀며, 다른 국가들에게 협력을 하라고 강조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며 “미국과 중국 사이에 봉쇄가 아닌 경쟁을 바탕으로 하되, 이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반도체 산업 안의 협력을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민지·김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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