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성 극복하려 사람들 앞에 서
그룹 떠난지 1년, 홀로서기 컴백
주무기 ‘성악’으로 솔로앨범 발매
김민석의 음악엔 마침내 찾아온 ‘봄의 온기’가 담겼다. 지난한 겨울의 추위를 견디고 다시 피어난 이국적인 이름의 꽃들처럼 달콤하고, 때로는 봄바람에 기댄 풀잎처럼 싱그럽다. 그 안엔 느리지만 묵묵히 걸어온 시간의 길이가 쌓였다.
노래를 하겠다고 처음 결심한 그 날부터 15년. 어느새 훌쩍 늘어난 ‘경험의 기억’들이 김민석의 음악을 채워갔다. 일 년의 휴식, 그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들고 돌아왔다. 지난달 첫 솔로 앨범을 발매한 뒤, 단독 콘서트(4월 1일·롯데콘서트홀)를 준비 중이다.
▶주무기 ‘성악’으로 정공법 선택=JTBC ‘팬텀싱어3’(2020년)로 뒤늦게 유명세를 탄 김민석은 크로스오버 그룹(레떼아모르) 활동 이후 홀로서기에 나섰다. 자신의 주무기인 정통 성악으로 앨범을 낸 것이다. 그는 “제 팬들 중에 저를 통해 클래식의 매력을 알게 됐다는 분들이 많다”며 “크로스오버 보단 제 전공을 살린 음반으로 클래식의 매력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첫 솔로 음반 ‘아리아 다모레(Aria D’amore)‘는 사랑의 아리아라는 뜻. ‘테너 김민석’의 강점을 보여줄 수 있는 8곡을 담았다.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중 ‘오묘한 조화(Recondita armonia)’를 시작으로 베르디 ‘리골레토’ 중 ‘여자의 마음’으로 마무리된다. 그는 “테너라면 한 번쯤 불러봐야 하는 곡들, 제가 꼭 부르고 싶었던 곡들을 기준으로 골랐다”며 “노래마다 느낌과 소리의 세기, 강약 조절이 모두 달라 어려웠다”고 말했다.
테너의 아리아를 주로 선곡하다 보니 주제가 ‘사랑’이 됐다. 이중 가장 도전적인 곡은 ‘라보엠’에 나오는 ‘그대의 찬 손(Che gelida manina)’. 로돌포가 미미에게 고백하며 부르는 사랑 노래로, 오페라 아리아인 만큼 음악 안에서 풍부하고 섬세한 감정 표현은 필수다. 그는 “호화로움 보다는 소소한 데에서 행복을 찾고 싶어하는 로돌포의 마음에 몰입하면서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김민석은 ‘팬텀싱어3’ 출연 당시 ‘하이 테너’로 존재감을 발했지만, 사실 안정된 중저음과 탄탄한 발성을 가진 ‘전형적인 리릭테너’다. 특히 ‘파사지오(Passaggio, 성구를 전환하는 기술)’구간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스스로의 장점으로도 “중저음을 잘 여는 것”을 꼽는다. 이번 음반 작업에선 중저음부터 고음역까지, 모든 강점이 살았다.
이번 공연에선 음반 수록곡은 물론,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 ‘오페라의 유령’의 ‘그 밤의 노래’,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예정이다. 그는 “그동안 클래식만 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는데 ‘팬텀싱어’ 이후 달라졌다”며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고유의 것은 잃지 않되, 조금 힘을 풀고 대중음악에 가까운 발성으로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힌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언제나 도전”...벽을 깨야 발전한다=김민석은 어지간하면 집에만 머무는 일명 ‘집돌이’, 직업은 ‘성악가’이지만,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은 두려운 ‘내향형 인간’이다. 그래서 ‘팬텀싱어’의 출연은 김민석에겐 어쩌면 자신의 벽을 깨는 시도였다.
김민석은 대중음악을 좋아해 ‘노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성악의 재능’을 발견해 남들보다 늦은 고교 3학년 때부터 성악을 시작했다. 그는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컴퓨터를 만지고 납땜을 하던 학생이 성악과에 합격하자, 학교에선 플래카드까지 붙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한예종에서) 제대로 발성을 하면 목이 아프지 않고 오래 노래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후 목소리가 달라졌다”며 “노래가 더 재밌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내향적인 성격이 성악가로 뻗어나가려는 그의 행보에 걸림돌이 됐다. 그는 “노래를 하려면 사람들 앞에 서야 하는데 낯가림이 심해 힘들었다”며 “사람들 앞에 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깨야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그래서 그가 도전한 것이 바로 ‘팬텀싱어’였다.
김민석은 팬텀싱어 출연 내내 ‘경쟁’보다는 스스로의 벽을 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당시 방송에서도 내성적인 김민석의 ‘타인과 거리두기’가 카메라 너머로 비쳐졌다. 고3 때부터 시작된 통증으로 귀가 잘 안들리는 점 역시 경연 프로그램에서 약점이 됐다.
그는 “노래하는 데에 문제는 없는데, 의사소통은 힘든 편”이라며 “(경연 당시)심사위원과의 너무 멀어 인 이어를 안 쓰면 잘 들리지도 않아 어색한 순간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두렵지만 많이 깨진 편”이다. “삶도 음악도 배움의 연속인 것 같다”며 웃었다.
그룹을 떠난 홀로서기, 그리고 1년의 공백을 보낸 후 컴백을 하는 데도 두려움이 컸다. 그는 “레떼아모르를 좋아해준 팬들께 너무나 면목이 없고 죄송한 마음이 컸다”면서도 “다시 돌아오기까지 두려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를 그저 기다리고 응원해준 팬들 덕에 무대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좋은 무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그는 “아직 부족하기도 하고, 배울 게 많다”며 “성악도 하루 이틀만 안 해도 퇴보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김민석은 음악가로 거창한 목표나 원대한 꿈 보다는 매일의 소소한 행복을 꿈꾼다. ‘오늘 저녁 먹고 싶은 메뉴를 고르는 것’, ‘팬들과 만날 수 있는 것’이 그에겐 큰 행복이다. 그는 “지금 공연을 생각하고 있는 이 순간이 너무나 행복하다”며 “노래는 제 삶이고,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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