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놓는 사람만 있고 사는 사람 없어”

7만5000원 금값 3개월새 8만4800원

매입시세 달라 돌아가는 손님도 많아

금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까지 오르면서, 실물 금을 사들이는 투자자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9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6일까지 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팔려나간 골드바는 약 24억9천760만원에 달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모습. [연합]
금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까지 오르면서, 실물 금을 사들이는 투자자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9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6일까지 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팔려나간 골드바는 약 24억9천760만원에 달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금 파려는 사람 많으면 뭐해, 사려는 사람이 없는데…금값 올라서 이득 본 거 하나도 없어요.” 지난 10일 오후 6시께 서울 마포구 A 금은방. 가게 문을 닫을 준비를 하던 사장님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확실히 금 매입 시세를 묻는 사람은 늘었다. 예상보다 가격이 적다며 금값이 더 오를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사람도 있다”며 “문제는 가게 매출이 안 나온다. 경기도 안 좋고 금이 비싸니까 목걸이·시계 같은 건 안 팔린다”고 말했다.

금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까지 오르는 가운데 정작 동네 금은방들은 역대 최악의 봄을 보내고 있다. 금을 파는 손님은 많아도 결혼이 줄고 금값이 오르면서 사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역대급 금값을 노린 ‘금은방털이’까지 활발해지면서 사장님들의 걱정이 늘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한 금은방에서 금을 매입한다는 판넬이 붙어있다. 김빛나 기자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한 금은방에서 금을 매입한다는 판넬이 붙어있다. 김빛나 기자

이날 서울 마포구 일대 금은방 5곳을 방문해보니, 금값이 올라도 오히려 가게 운영은 어려워졌다는 사장님이 많았다. 금 매입과는 별개로 귀금속 제품을 판매해야 매출이 나오는데, 금 제품 자체가 유행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B 귀금속 판매점 관계자는 “금 거래 자체가 활발해서 돈이 도는 거면 소매상도 살 수 있다”며 “하지만 지금은 불황 탓에 금을 내놓는 사람만 있고 수요 자체는 줄었다”고 토로했다.

이날 한국거래소(KRX) 금 시장에서 1kg 짜리 금 현물 1g당 가격이 8만4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1월초 7만5000원대에서 머물던 금 가격은 석달새 12% 넘게 올랐다. 7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도 올해 6월물 금 선물 가격이 2026.40달러에 마감했다. 지난 2020년 8월 사상 최고가인 2069.40달러에 근접한 가격이다.

금 가격와 실제 금 매입시세가 달라 예상만큼 매입이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C 금은방 주인은 “금을 팔려는 사람은 2배 이상 증가했다. 급전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도 금값이 올랐다니 금열쇠, 금반지 등을 가져온다”며 “하지만 골드바 외에 시중에서 파는 금 제품은 시세보다 1만원까지 깎일 수 있어 실망하고 돌아가는 손님도 많다”고 설명했다.

날이 갈수록 늘고 있는 금은방털이범도 걱정이다. D 금은방 직원은 “요즘 미성년자부터 전문 금고털이범까지 기승을 부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보안 시스템이 있으나 혹시나 싶어 가게 문을 닫을 즈음에 진열대에 놓인 금을 다 금고에 넣고 퇴근한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치는 사건은 늘고 있다. 지난달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금은방에서는 헬멧을 쓰고 망치로 유리 출입문과 진열대를 부순 뒤 금을 챙겨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금 150돈(시가 약 4756만원)을 훔친 이들은 한 명이 망을 보고 , 한 명은 귀금속을 챙기는 식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10대가 저지른 범죄도 있다. 지난달 부산에서는 손님인 척 위장해 금은방에 들어와 팔찌 등을 착용해 보고 싶다며 주인의 시선을 돌린 뒤 귀금속을 훔친 10대 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이들을 금은방에서 귀금속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불구속 송치했다.

당분간 역대급 금값으로 시장 내에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금거래소 종로지점 관계자는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달성하면서 금을 판매하려는 소비자들은 계속 늘 것 같다”며 “다만 금값이 오르다 보니 귀금속에 대한 수요가 늘진 않아 판매점에서는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