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출신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오는 18~19일 서울시향과 협연
“韓, 가장 좋아하는 관객이 있는 나라”
연주·지휘는 물론 문화·장르 초월한 배움
“예술가에겐 계속해서 배우는 자세가 중요”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전 세계에서 가장 좋아하는 관객이 있는 나라를 꼽으라면 한국이 첫 번째예요. 한국엔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는 관객들과 젊은 관객들이 많아요. 한국에서 연주하는 것은 늘 특별한 경험이죠. 한국에 가면 다른 곳에선 찾을 수 없는 흥을 느낄 수 있어요.”
5년 만의 한국 방문.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56)은 “한국은 언제나 내게 특별한 곳”이라고 말한다.
“2년에 한 번씩은 오고 싶었던” 곳이지만, 팬데믹으로 공연을 하지 못했던 날들을 보내니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시 찾는 한국에선 오는 18~19일 마르쿠스 슈텐츠가 지휘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의 협연 무대를 갖는다. 공연을 앞두고 서면으로 만난 조슈아 벨은 한국 공연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친한파’ 바이올리니스트… “아내도 한국의 열렬한 팬”
“40년 동안 연주를 해오면서 한국에 오랜 친구들이 생겼어요. 친구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공연을 마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한 잔 하는 것도 좋아해요. 이번에 세운 목표는 한국에 가기 전에 친구들에게 물어 고급스러운 식당 한두 곳과 허름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내놓는 맛집을 미리 찾아두는 거예요.”
조슈아 벨은 대표적인 ‘친한파’ 연주자다. 그의 아내인 소프라노 라리사 마르티네즈도 “한국 문화의 열렬한 팬”이라고 한다. “아내는 한국의 모든 것을 좋아해요. 한국의 TV 쇼, 드라마, 좀비 쇼까지 다 챙겨 보죠. 이번 공연엔 동행하진 못하지만, 다음엔 꼭 함께 한국을 찾을 생각이에요.”
몇 해 전엔 한국과 얽힌 벨의 특별한 일화가 알려져 화제였다. 조슈아 벨의 미국 매니지먼트사에서 인턴십 중이던 한국인 유학생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을 때였다. 고인의 현지 장례 비용과 한국으로의 운구 비용 마련을 위한 온라인 모금 운동에서 마지막 후원자로 그의 이름이 올라 있었다. 마감 하루 전까지도 채워지지 않았던, 1000만 원 가량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채워넣어 세계 팬들을 놀라게 했다.
‘인연의 소중함’을 귀한 가치로 두는 그는 “친구들과의 교류는 내게 매우 중요하다”며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즐기고, 전에 가본 적이 없는 곳에 가서 새로운 친구를 만드는 것도 좋아한다”고 했다. 열한 살 때 뉴욕의 메도우마운트 여름 캠프에서 만난 첼리스트 박상민과 “4시간의 연습 후 카드와 탁구를 쳤던 기억”은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이반 갈라미언이 설립한 이 캠프에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연주를 하러 왔던 기억도 생생하다. 정경화 역시 어린시절 이 캠프에 다녔다. 캠프의 설립자가 정경화, 핀커스 주커만, 아이작 팔만의 스승이다.
“저도 정경화처럼 25년 만에 캠프로 돌아가 파가니니 협주곡을 연주하게 됐어요. 당시 정경화는 캠프에서 비외탕 협주곡 같은 바이올린 고전을 너무도 훌륭히 연주했었다는 기억이 남아있어요.”
韓 공연 레퍼토리…비외탕, 쇼송과의 연결고리
한국 공연에선 쇼송의 바이올린과 관현악을 위한 시, 비외탕의 협주곡 5번을 연주한다. 그는 “두 곡 모두 오랫동안 사랑받은 곡”이라며 “특히 비외탕은 나와 개인적 인연이 있다”고 했다. 그의 스승인 요제프 긴골드가 이자이의 제자였고, 이자이는 비외탕의 제자였다는 연결고리가 그에게 자리한다. “긴골드는 저의 음악적 부모님과 같아요. 그의 눈을 통해 음악 세계를 바라보는 것을 배웠죠.” 게다가 이자이는 쇼송을 위해 ‘시’를 작곡했다. 이번 한국 공연에서의 프로그램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다.
그는 “비외탕은 파가니니 이후 19세기의 슈퍼스타 바이올린 연주자였다”며 “비외탕의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은 마치 작은 오페라 같다. 매우 낭만적이고 극적이며 아름답고 강렬하다”고 했다. 쇼송의 ‘시’는 조슈아 벨이 어린시절부터 사랑한 곡이다.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 중 가장 아름다운 곡 중 하나”라는 생각이다.
지난 40여년 동안 조슈아 벨에겐 ‘신동’, ‘미남’이라는 수사가 빠지지 않고 따라다녔다. 네 살에 처음 바이올린을 잡은 이후 그는 언제나 천재로 불렸다. 열네 살에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하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협연했고, 열일곱 살엔 클래식계에서 가장 높은 권위인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 상을 받았다. 그래미상을 네 번이나 수상한 실력과 스타성, 수려한 외모로 ‘원조 미남’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리며 사랑받았다. 오랜 시간 연주여행을 다닌 그에게 팬데믹 동안의 공백을 견디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다시 무대에 서는 것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요. 최근까지 고립돼 있었다는 느낌을 우리 모두 기억할 거예요. 그래서인지 60명의 연주자와 함께 관객들앞에서 라이브 연주를 한다는 것이 매우 특별하게 느껴져요. 팬데믹 이후 우리 모두 특별한 감정과 에너지를 느끼리라 생각합니다.”
도전하는 음악가…“예술가에겐 계속해서 배우는 자세가 중요”
일찌감치 스타 바이올리니스트로 이름을 알렸지만, 벨은 언제나 ‘도전하고 공부하는 음악가’다. 시도하고 배우는 것을 놓지 않는다. 다가오는 여름엔 싱가포르 중국 교향악단과 함께 한 ‘나비 연인’ 협주곡을 발매한다. 그는 “이 곡은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곡”이라며 “중국 전통 악기와 함께 한 연주는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2011년부터 음악감독으로 이끌어온 앙상블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즈 인 더 필즈’(ASMF)를 통한 지휘 활동 역시 그에겐 ‘배움의 시간’이라고 한다. 그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거나 감독으로 이끌 때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물론, 음악과 악기에 대해서도 아주 잘 알아야 한다”며 “여러 번 연주한 곡도 직접 지휘해야 할 때는 더 깊은 차원에서 이해해야 하고, 모든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연주하는 방식을 변화시킨다”고 말했다. 올해엔 ASMF와 파가니니 협주곡을 녹음할 계획이다. 현대 작곡가들과의 교류도 활발하다. 벨은 “나에게 맞는 작곡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5명의 미국 작곡가들에게 위촉한 ‘디 엘리먼츠’라는 곡을 오는 9월 초연할 예정”이라고 했다.
“예술가에겐 계속해서 배우는 자세가 중요해요. 앙상블을 지휘하면서 협주곡뿐 아니라 교향곡들도 배우게 됐어요. 다른 문화권의 음악과 음악가, 재즈나 컨트리 등 다른 장르의 음악가와 호흡을 맞추며 리듬, 표현, 즉흥연주 등 많은 것을 배웠고요. 그 과정은 무척 흥미로워요. 그렇게 배운 것들은 클래식 음악에도 적용할 수 있었죠. 음악에 더 깊고 넓게 들어가는 다양한 작업을 통해 더 나은 음악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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