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공항에 착륙 중이던 항공기의 비상출입문을 연 이모(33) 씨가 지난 28일 구속됐다. 아시아나항공은 60여대 항공기 중 사고가 발생한 A-321 계열 항공기 14대의 비상출입문 앞 좌석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일탈행위를 벌인 개인과 문제가 된 일부 항공기로 책임소재가 집중되면서 사건은 일단락되는 형국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빠져 있어 아쉽다. 이번 사고를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더라도 ‘항공기 비상구 좌석 판매’가 항상 안전 문제로 도마 위에 올라왔기 때문에 그렇다.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서는 지난 2019년 7월 ‘비상구 좌석 유료화’를 결정한 이후 벌써 두 번째 사고가 발생했다.
첫 번째 사고는 지난 2019년 9월 인천공항에서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향하던 여객기에서였다. 당시 비상구 좌석에 앉은 60대 남성이 안전손잡이를 건드렸고, 비행기에 비상경보가 울렸다. 다행히 비상구 문은 열리지 않았지만 안전 문제로 비행기가 회항해야만 했다. 승객 약 200명은 8시간가량 여행 일정이 지연되는 불편을 겪었다. 당시 사건은 흐지부지 종결됐다.
이번 대구공항 사고도 프놈펜 사례와 같은 흐름을 보였다. ‘만약’의 상황에서 심각한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문을 연 30대 남성이 비상문 밖으로 뛰어내렸더라면’ ‘기내에 호흡곤란을 겪는 환자가 있었더라면’ 혹은 ‘실제 긴급 상황에서 남성이 비상문 앞에 앉았더라면’ 등 생각만 해도 아찔해진다.
현재 국내 항공사는 저비용항공사(LCC)와 대형항공사(FSC)를 막론하고 모두 비상구 좌석을 유료화해 판매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제주항공을 시작으로, 지난 2020년 대한항공이 마지막으로 합류했다.
경쟁이 치열한 국내 항공업계는 ‘고객 선호도’가 높은 비상구 좌석은 포기하기 힘들다. 코로나19로 인한 장기 불황을 개선하려는 시점에서 더 그렇다. 교통정책 전반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야 하는 국토교통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비상구 좌석 판매는 현재 국토부의 ‘운항기술 기준’에서 정한 개략적인 가이드라인이 존재하고 있다. 여기에는 ‘만 15세 이상 나이’ ‘유사 시 제약이 없는 활동성’ ‘다른 승객들에게 정보를 적절하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 등 기본적인 사항만이 기재돼 있다. 이를 통해 심신미약자나 고령자에 대한 제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실상 정부의 규제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고는 방심을 먹고 살며 예측 불가능한 순간에 온다. 특히 항공교통은 한 번의 사고가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안전 문제를 가볍게 생각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우리 사회는 여러 차례 참사로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최근 어명소 2차관은 최근 대구공항을 직접 찾아 계류 중인 해당 항공기의 비상문 열림 사고 현장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을 직접 점검한 만큼 국토부가 재발 방지를 막을 수 있는 보다 빠르고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했으면 한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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