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일요일을 어떻게 보내시나요? 다음 날이면 월요일이 온다는 압박감에 마음 편히 보내지 못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집에 숨어 있다고 해서 월요일이 늦게 오는 건 아니니까, 날씨를 보고 산책을 다녀오시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프랑스 화가 조르주 피에르 쇠라(Georges Pierre Seurat)의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는 1884년 당시 파리 사람들의 휴양처였던 그랑드자트섬의 풍경을 담은 작품으로, 이 작품을 보면서 저는 ‘여유롭다’ ‘눈부시다’ ‘평온하다’ 같은 단어를 떠올리게 되더군요. 19세기 후반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덕분인지 파리의 분위기는 넉넉함과 여유가 흘렀고 곳곳에서 여가를 즐기는 사람이 많았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림에도 당시 유행한 옷을 입고 산책과 소풍을 즐기는 부유층들의 모습이 한눈에 보이지요. 그림에는 잔디에 앉아 있는 사람, 배 타는 사람, 강을 바라보는 사람 등 모두 48명이 등장한다고 합니다.

쇠라는 ‘공증인’이라 불릴 정도로 반듯하고 빈틈이 없는 성격이었다고 합니다. 이런 그의 성격이 작용했던 것일까요. 이 그림에서 볼 수 있듯 점묘법을 이용해 풍경을 묘사했습니다. 점묘법이란 붓으로 선을 그리는 게 아니라 점을 찍어서 색을 표현하는 기법이지요. 이 작품에서 햇살 표현이 이토록 눈부신 것도 캔버스 위에 일일이 손바느질하듯이 점을 찍어서 색색의 점들을 대조시켜 대상을 묘사했기 때문입니다. 무수한 점을 찍어서 색채를 드러내려면 엄청난 인내심과 과학적 방법이 필요했겠죠. 쇠라는 한 점의 유화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수년에 걸쳐 공을 들였다고 합니다. 쇠라는 25세에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물씬 녹여낸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를 완성했습니다. 32세의 이른 나이에 요절하기 전까지 점묘법에 무한한 열정을 쏟았습니다. 아쉽게도 쇠라가 남긴 순수 유화작품은 일곱 점밖에 없다고 합니다. 짧은 활동기간과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점묘법의 특성 때문이겠지요.

평온한 휴일의 안온함이 물씬 느껴지는 이 그림을 잠시 감상해보세요. 그가 만들어낸 눈부신 햇살과 일요일 오후의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저는 따뜻하고 아늑함을 선사하는 호르몬이 생각납니다. ‘행복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 말입니다. 세로토닌은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로, 광범위한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우울감을 완화하고 행복감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죠. 세로토닌은 두 가지 이유로 ‘지휘자 호르몬’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두뇌’라는 복잡한 오케스트라를 조율하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삶’이라는 그보다 더 복잡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기 때문입니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가족, 돈, 명예, 권력 등 여러 대답이 있겠지만 그중 가장 궁극적인 것을 꼽자면 행복일 겁니다. 세로토닌은 바로 행복을 담당하는 행복호르몬입니다. 세로토닌은 이토록 중요하지만 생각보다 관리하는 방법은 쉽습니다. 날씨가 좋은 날에 바깥에 나가 햇빛을 쐬어주면 끝입니다. 피할 이유가 없겠죠? 마음이 가라앉고 몸이 처지는 기분이 든다면 당장 집에서 나와 햇빛 아래 산책하기를 권합니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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