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해도 실제 배상금 받을 수 있을지는 난관

개성공단·금강산 관광지구 관련 소송 결정에 영향

“앞으로의 남북관계 건전하게 나아가기 위한 조치”

지난 2020년 6월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장면. [연합]
지난 2020년 6월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장면.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정부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우리 국유재산에 피해를 입었다며 사상 처음으로 북한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시작한 것은 일차적으로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를 중단하기 위함이다.

나아가서는 북한의 불법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 기조가 반영된 것인데, 경제 교류가 단절된 현 남북상황에서 실효적인 압박카드가 많지 않다는 현실에서 나온 고육지책의 측면도 있다.

정부는 14일 북한 당국을 상대로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한국 정부가 북한 당국을 상대로 제기하는 최초의 소송으로, 원고는 ‘대한민국’, 피고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청구액은 우리 측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 102억5000만원(감가상각을 적용한 평가액 69억7700만원+감가상각을 적용한 개보수 비용 32억6900만원)과 종합지원센터 건물 344억5000만원(취득원가 468억4800만원-감가상가액 123억9500만원) 등 국유재산 손해액 합계 447억원이다.

이번 소송은 오는 16일로 만료되는 민법상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를 중단하기 위한 의도가 가장 크다. 통일부 당국자는 “소멸시효가 완성돼 가고 있기에 이를 중단시키고 북한의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기간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실제 배상금을 받을 수 있는지가 문제다. 국내에 북한 자산을 압류하는 방식으로 배상금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0년 7월 6·25전쟁 때 포로로 끌려갔다가 탈북한 국군 포로와 유가족들이 북한 당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점을 주목하고 있다. 원고 측은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이 북한에 지급할 저작권료에 대한 추심금 청구 소송을 냈지만 아직 법원의 판단이 남아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한 대북 통지문 발송이 불가능해 소 제기 사실을 북측에 어떻게 알릴 수 있는지부터 실제 손해배상이 인정된다고 해도 어떻게 북한 자산을 압류해 배상금을 마련할지까지 난관이 많다.

따라서 이번 소송은 우선 청구권 소멸을 막겠다는 상징적 조치가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이번 소송의 결과에 따라 향후 북측의 개성공단 무단 사용과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자산 철거 등에 대한 판단도 가능해진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남북관계를 정상적인 토대 위에 올려두고 앞으로의 남북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게 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당국자는 “북한의 우리 정부 및 우리 국민의 재산권 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고, 원칙 있는 통일·대북정책을 통해 상호 존중과 신뢰에 기반한 남북 관계를 정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게 한다’는 상호존중의 남북관계를 내세운 정부는 대화를 단절하고 핵·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는 북한에 압박카드를 다각도로 고심하고 있지만 실효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가장 강력한 압박수단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추가 제재나 단합된 성명을 내지 못해 ‘안보리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여덟 번의 대북 독자제재 조치를 단행하며 현재까지 개인 43명과 기관 45개를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다만 남북 간 경제교류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서 이러한 독자제재 조치도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

정부는 대량살상무기 개발 자금으로 사용되는 불법 사이버활동을 차단하기 위한 사이버 제재를 비롯해 한미 등 우방국과의 공동 독자제재를 통한 공조로 활로를 찾고 있다. 아울러 2024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국제사회에 꾸준히 목소리를 낸다는 방침이다.


silverpap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