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10월 긴급조치9호 위반 옥살이
헌재, 2018년 국가 배상청구권 인정 판단
손해배상 제기…1·2심은 패소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김거성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박정희 정권 시절 선포된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한 혐의로 옥고를 치른 피해에 대해 ‘국가가 보상하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김 전 수석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김 전 수석은 1977년 10월 유신헌법을 비판하는 구국선언서를 배포해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듬해 9월 대법원에서 단기 1년에 장기 1년 6월 및 자격정지 1년 6월이 확정됐다. 김 전 수석은 복역 중인 1978년 8월 추가 기소돼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이 선고됐지만 1979년 8월 형집행정지로 석방됐다.
이후 김 전 수석은 긴급조치 9호 피해자로 인정받아 2006년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2625여만원을 보상받았다. 2013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긴급조치 9호는 위헌·무효’라는 취지의 판단을 각각 내리면서, 김 전 수석은 2014년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이에 김 전 수석은 2013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보상금을 받은 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발생한다”며 각하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18년 민주화보상법에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권을 인정하는 취지로 판단했다. 이에 김 전 수석은 다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원고 패소 판결했다. 법원은 당시 구타·가혹행위 등 불법행위에 따른 배상 책임을 인정했지만 불법행위가 있던 날로부터 30년 이상 지나 손해배상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봤다. 법원은 “긴급조치가 사후적으로 위헌·무효 선언됐어도 대통령은 국가긴급권 행사에 대해 원칙적으로 국민 전체에 대한 관계에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해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대법원은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부터 적용·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은 전체적으로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그 직무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써 위법하다”며 “이로 인해 강제수사를 받거나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복역함으로써 개별 국민이 입은 손해에 대해서는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소멸시효에 대해서도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할 당시까지도 김씨가 정부를 상대로 긴급조치 제9호에 기한 일련의 국가작용으로 인한 불법행위로 발생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dingd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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