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현역 지역구 ‘사냥’ 나선 친명 다수
‘대의원 폐지’ 등 혁신안, 갈등 기폭제로
‘이재명 체제’ 예의주시, 사법리스크 기로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내년 총선을 8개월여 앞둔 지역 정가에서도 더불어민주당 내 계파 신경전이 벌써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재명 대표를 중심에 두고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로 갈라진 ‘여의도 정치’ 양상이 지역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비명계 현역 의원이 자리한 지역구에 친명 비례의원 또는 원외 인사가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면서 공천 경쟁을 앞둔 신경전이 거세다.
최근에는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발표한 혁신안이 계파 갈등을 부추기고 지역 내 여론을 가르고 있는데다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재진행형인 상황에서 ‘총선 체제’에 대한 변수도 잠재돼 있어 실제 공천까지 계파 이견이 표출될 전망이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현역 국회의원 지역구 다수에서 친명-비명 간 ‘창과 방패’ 결전이 펼쳐지고 있다. 연말 본격적인 공천 작업에 앞서 일찌감치 지역에 깃발을 꽂은 친명계 인사들은 비명 현역의원을 향해 ‘수박’(비명계를 지칭하는 은어) 등 날선 공격을 퍼붓고 나섰고, 비명 현역의원은 이에 맞선 방어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지난 21대 총선에서 압승하고 현재 지역구 의석의 6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현역에 도전하는 인사들의 당내 공천 경쟁이 더욱 부각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지난 10일 민주당 혁신위원회가 발표한 대의원제 축소 및 현역 패널티를 강화하는 내용의 공천 개편안을 두고서도 지역에서의 내홍 불씨가 다시 살아났다. 이른바 ‘개딸’(이재명 대표 강성지지층) 들이 나서 비명 의원 지역구에서 ‘수박 규탄’ 집회를 여는 등 갈등을 부채질하면서다.
일부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은 지난 8일엔 친낙(친이낙연)계 윤영찬 의원 지역구(경기 성남시중원구)에서, 9일에는 친문(친문재인)계 전해철 의원 지역구(경기 안산시상록구갑)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다. 개딸의 과격한 행동은 앞서 이재명 대표가 강성 지지자들을 향해 ‘내부 공격 자제령’을 내려 한동안 소강상태였지만, 친명 당원의 권한을 강화하는 혁신안 발표가 다시 기폭제가 됐다는 평가다.
이들 지역구에는 각각 친명계 원외 인사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윤영찬 의원 지역구에는 친명 성향의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도전장을 냈다. 현 부원장은 지난 6월 윤 의원의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 서명운동’ 부스 바로 옆에 또 다른 부스를 차려 서명을 받으면서 ‘수박 퍼포먼스’를 벌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전해철 의원 지역구에는 양문석 전 경남 통영·고성지역위원장이 출마를 공식화했다. 양 전 위원장은 그동안 민주당 험지인 경남에서 국회의원 선거와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해 고배를 마셨지만, 경기도로 지역을 옮기면서 강성 친명 성향을 적극 강조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그는 “수박의 뿌리요, 줄기요, 수박 그 자체인 전해철과 싸우러 간다”라며 출마 의지를 밝힌 것 등이 문제가 돼 당 윤리심판원 징계 절차에 회부됐다.
친낙계 양기대 의원 지역구(경기 광명시을)에는 ‘처럼회’ 소속 비례의원인 양이원영 의원이 지역 사무실을 차리고 활동하고 있다. 가장 강력하게 ‘이재명 사퇴론’을 펴고 있는 5선 이상민 의원 지역구(대전 유성구을)에는 이경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이 도전장을 냈다. 비명계 최고위원인 송갑석 의원 지역(광주 서구갑)에는 이재명 대표 정무라인으로 알려진 강위원 전 경기도 농수산진흥원장이 출마를 준비 중이다.
이런 가운데 혁신안 수용 여부에 대한 당내 논의가 진행될수록 계파 내홍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해철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 출연해 “혁신안을 가지고 당내 논란이 가중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의원 개편에 대해선 분명한 반대한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다수의 의원들이 “총선 전 전당대회 룰을 재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재명 대표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고, 일각에서 용퇴론도 지속 제기되면서 공천 판 자체가 뒤흔들릴 가능성도 상존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총선까지 길다면 긴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이재명 대표 거취를 지켜보면서 자신 공천여부를 우선순위 놓고 잠시 몸을 낮춘 비명계와, 사퇴론까지 꺼낸 본격 ‘반명’(반이재명)계 등 비명계 내부도 점차 분화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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