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행정처 중심 사무 개편
사법행정자문회의·전국법관대표회의 등
관료화 폐단 지목된 인사제 변화
일할 동력 저하…대거 이탈도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달 24일부로 6년 간 임기를 마무리한다. 취임 직후 “제왕적 대법원장 권한을 내려놓겠다”고 공언한 김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한을 분산시키고 인사제도에 변화를 줘 관료화 폐단을 없애기 위한 시도를 이어왔다.
6년이 흐른 지금 법원 내부에선 ‘과도기에 따른 혼란이며 방향성은 옳다’란 긍정적인 평가와 ‘성급한 개혁으로 내부 동력을 얻지 못했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엇갈린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오는 22일 퇴임식을 연다. 공식 임기는 24일 밤 12시까지지만 주말이 끼어 있어 이날 퇴임식을 끝으로 6년간의 모든 공식 업무가 마무리된다. 김 대법원장이 주재하는 마지막 대법관 회의는 14일 예정됐다.
대법원장·행정처 중심 사무 탈피 …행정 견제 기구 설립
김 대법원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발생한 ‘사법농단’(재판 거래·사법행정 남용 의혹)으로 인해 사법부 신뢰 회복 요구가 거센 시기에 임기를 시작했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 직후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한 사법행정 권한 개편에 주력했다. 사법농단이 초래한 재판의 독립성 침해에는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과 법원행정처를 중심으로 한 사법부 관료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임기 초기 수차례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제시된 ‘수평적, 분권적, 개방적 사법행정 구조 실현’이라는 기본 방향과도 맞닿았다.
대표적으로 사법행정자문회의 신설, 전국법관대표회의 상설화를 통해 사법행정을 자문하고 견제할 수 있는 기구가 확립됐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전국 100여명 대표 법관으로 구성돼 주요 정책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는 등 견제 및 건의 기구로 자리 잡았다. 특정 인사 편향성,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사전심문, 법원장 후보 추천제 등 논란이 된 사안마다 목소리를 냈다. 주요 행정사무를 자문하는 사법행정자문회의는 안건과 회의록을 홈페이지에 공개해 기존 대법원장과 행정처를 중심의 폐쇄적인 사법행정 대신 투명성을 제고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한 재경지법 판사는 “분권화를 시도한 취지는 좋으나, 실제 법관들 총의를 모아 전달하는 역할을 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법원 내 특정 세력 판사들의 입김이 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같은 연장선에서 김 대법원장은 임기 내 법원행정처 비법관화도 선언했다. 행정처에 근무하는 법관을 줄여 일반직 공무원이 이를 대신하도록 개편하겠다는 목표였다. 행정처에서 근무하는 상근법관은 2018년 33명(행정처·차장 제외)이었으나 2019년 23명, 2020년 17명, 2021년 12명, 2020년 13명 올해는 12명 판사가 근무하고 있다. 행정처 근무 경험이 있는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판사 업무를 이해해야 수월한 분야들이 있는데, 수를 3분의 1로 줄여버리니 행정처 역량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평했다.
인사제도 대거 개편…대거 퇴직 “일할 동력 떨어져”
인사제도 변화는 김 대법원장이 관료화 폐단을 막기 위해 주력한 핵심 분야다. 김 대법원장은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를 폐지하고, 판사들이 추천한 후보들 중 법원장을 임명하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도입·시행했다. 지방법원 부장판사→고등법원 부장판사·법원장→대법관으로 승진하는 방식의 기존 피라미드형 구조에서 고법 부장판사와 법원장을 결정할 인사권자가 법관사회를 장악하고 관료화를 공고화시키는 원인으로 봤기 때문이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2019년 대구·의정부지법을 첫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확대돼 김 대법원장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 전국 20개 지방법원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법원장 추천제를 두고 지난해 법관대표회의에서 ‘인기 투표식·사법 포퓰리즘 확대’라는 지적이 나오는 등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결국 수석부장판사 등 인지도가 있는 후보에 유리할뿐더러, 선출된 권력이 아닌 사법부에 투표제를 도입하는 게 맞냐는 근본적인 지적도 나온다.
한 부장판사는 “본인을 반대 한 법관을 은연중에 파악할 수 있지 않겠나, 내부 균열 측면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재경지법 판사는 “매년 2월이면 인사가 나는데, 법원장은 그 직전에 선출한다. 내년에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판사들이 추천한다는 건 제도적 결함”이라고 평가했다.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도가 폐지되면서 법원 내부에 일할 동력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법원 내 중추 역할로 불리는 고법판사는 지난해 13명에 이어 올해 15명이 사직하는 등 연이어 두자릿수가 이탈했다. 기존 고법 부장판사 승진에서 탈락한 판사들의 대거 사직을 막기 위한 목표와 다른 결과를 낳았다.
한 고법판사 출신 변호사는 “과거엔 고법부장을 하다가 7년 정도하면 법원장이 된다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있었지만, 지금은 퇴직할 때 까지 (고법판사) 10년간 연임하는 제도가 되다보니 좀 답답하다”며 “고법 부장제도가 여러 폐단이 있어 폐지됐으나 이를 상쇄시켜줄 만한 대책이 이어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판사 출신 변호사는 “40대 중후반에 고법판사가 되면 승진 같은 동기부여도 없이 10년, 20년 ‘하드워크’를 해야 하는데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dingd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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