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이후 2번째 판단

피해자들, 4~5년 넘게 대법원 판결 기다려

1·2심 이어 대법원도 일본 기업 배상책임 인정

대법원. [연합]
대법원.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손해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2번째 판단이 나왔다. 앞서 2018년에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한일 청구권 협정과 별개”라며 일본제철이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유족이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2건에 대해 피해자들 측 승소로 판결한 원심(2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피해자들에겐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일본 기업 측에 대해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며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소송을 낸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일제강점기 시절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 공장, 일본제철의 가마이시제철소 등에서 1년에서 3년간 강제로 노역했다. 피해자들은 “일본에 가면 돈도 벌고 숙소도 제공한다”는 주변의 권유, 모집 공고 등을 보고 일본으로 갔지만 실상은 달랐다. 이들 대부분은 약속한 월급 보다 훨씬 적은 돈을 지급받았다. 외출도 금지됐으며, 제공된 음식의 양도 매우 적었다.

피해자들은 2013~2014년 미쓰비시중공업·일본제철을 상대로 각각 소송을 제기했다. “약속과 달리 자유를 박탈당한 상황에서 강제노동에 혹사 당했다”며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본 기업 측에선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채권도 소멸했다”며 책임을 부인했다.

두 사건에 대한 하급심(1·2심) 재판부는 모두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미쓰비시 사건에 대해선 1·2심 모두 1인당 1억~1억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고, 일본제철 사건에 대해서도 1·2심 모두 1인당 1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2심 판결 선고일을 기준으로 이때가 2018~2019년이었다.

그런데 현재 4~5년이 넘게 지났지만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은 아직 시작하지도 못했다. 미쓰비시와 일본제철이 “대법원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상고하면서 피해자들은 4~5년간 대법원 판결을 기다렸다. 그 사이 일본제철 강제동원 피해자들 7명은 모두 세상을 떠났다.

이번에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이 확정됐지만 아직 피해에 대한 실질적 회복까진 갈 길이 멀다. 앞서 2018년에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일본 기업 측에서 손해배상 지급을 거부했다. 이런 경우 일본 기업의 국내 재산을 강제 처분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일본 측에서 역시 항고·재항고 등으로 반발하고 있다.

급기야 올해 정부는 우리 정부·기업이 대신 판결금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안’을 대책으로 내놨지만, 생존 피해자들은 수령을 거부하고 있다. 아직 일본 기업 측의 사죄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notstr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