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0년물 4.6%대, 2년물 한때 5% 육박…韓 국고채 금리도 덩달아 ↑
파월 등 美 연준 주요 인사 잇따라 “금리 인하 더 늦게, 더 적게”
개미 채권 잔고 52조원 육박…韓美日 채권 ETF 수익률은 ‘뚝’
韓 증권가에선 ‘美 국채 금리 정점론’ 대세…“매수 기회”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최근 채권 투자에 적극 나섰던 개미(소액 개인 투자자)들의 한숨 소리가 깊어지고 있다. 연초 빠른 시일 내 피벗(pivot·금리기조 변화)이 시작될 것이란 기대감이 ‘끈끈한(sticky)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탓에 급격히 후퇴하면서 글로벌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로 여겨지는 미국 장기 국채 수익률이 빠른 속도로 올라서며 채권 투자에 나섰던 개인 투자자의 수익률을 갉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 결과 정부가 추진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역시 여소야대(與小野大)의 국회 벽을 넘지 못할 것이 확실시되며 채권 투자자의 고민 역시 깊어지는 모양새다.
美 10년물 4.6%대…韓 국고채 금리도 덩달아 ↑
21일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18일 오후 5시(미 동부시간) 기준 미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637%를 기록했다. 연초(1월 2일) 기록했던 3.944%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 16일(현지시간)엔 장중 4.698%까지 뛰어오르며 연고점을 기록,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찍기도 했다.
같은 날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이날 미 증시 마감 무렵 4.99%로, 전날 같은 시간 대비 6bp(1bp=0.01%포인트) 오르며 5%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美 채권 금리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급격히 식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포럼에서 “2% 물가 목표로 복귀하는 데 추가적인 진전의 부족을 보여준다”며 연준이 금리를 더 늦게, 더 적게 내릴 것이란 월가의 전망에 힘을 실어줬다.
17일(현지시간)엔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미 연준이 2025년 3월까지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실질적 위험이 있다고 내다보며 피벗 기대감에 또 한 번 찬물을 끼얹었다.
18일(현지시간)엔 미 연준 주요 인사들의 ‘매파(긴축 선호)’적 발언이 이어지기도 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미 플로리다주(州)에서 열린 공개 연설에서 “우리는 올해 연말 무렵까지(until toward the end of the year)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고,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같은 날 콘퍼런스 행사에서 추가 금리 인상이 자신의 기본 전망이 아니라면서도 “만약 경제지표가 연준의 물가 목표 달성을 위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확실히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국채 금리를 따라 서울 채권시장도 약세를 면치 못하는 모양새다. 지난 18일 종가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42%, 10년물 금리는 3.559%를 기록했다. 각각 연저점(3년물 3.191%, 10년물 3.287%) 대비 0.229%, 0.272%씩 올랐다.
개미 채권 잔고 52조원 육박…韓美日 채권 ETF 수익률은 ‘뚝’
예상치 못한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채권개미가 감내해야 할 인고의 시간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단타(단기 투자)를 노리던 채권개미들로선 당장 손실까지도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올 들어 개인 투자자들의 채권 순매수세는 강력했다.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47조8933억원이던 개인투자자 장외채권 잔고는 3월 말 기준 51조2749억원으로 51조원 선을 넘어섰다. 지난 18일 기준으로는 51조6894억원으로 더 늘었다.
연초부터 지난 18일까지 순매수액으로 봤을 때 개인 투자자는 14조3262억원을 기록, 외국인(16조4750억원) 다음으로 순매수 규모가 컸다. 대표적인 큰손 기관으로 통하는 보험(9조9062억원), 사모펀드(1조1904억원)보다도 더 많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투자 대신 장기채 ETF 투자에 뛰어든 채권개미들의 평가 손실 역시 확대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 들어 개인 투자자가 대량 순매수한 장기채 ETF 모두 연저점을 기록, 신규 진입 투자자들 모두 손실 구간에 진입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와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전날까지 주요 국내 증시 상장 ETF 상품별 개인 투자자 순매수액은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2336억원, ‘TIGER 미국30년국채프리미엄액티브(H)’는 1668억원, ‘KBSTAR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H)’ 1099억원이다. 각 상품의 수익률은 각각 -13.73%, -4.10%, -12.39%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1월 2일~4월 17일) 미국 증시에서 국내 투자자들은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미국채 3배 ETF(DIREXION DAILY 20+ YEAR TREASURY BULL 3X ETF·TMF)’를 1억9120만달러(약 2627억원) 어치 순매수하고, 일본 증시에서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 국채 엔화 헤지 ETF(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를 3억3284만달러(약 4573억원) 순매수했다. 올해 수익률은 각각 -29.16%, -12.42%였다.
韓 증권가에선 ‘美 국채 금리 정점론’ 대세…“매수 기회”
국내 증권 전문가들 사이에선 오히려 미 국채 금리가 정점을 향해 치솟고 있는 현재가 채권 매수 타이밍이란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후퇴한 결과 채권 금리가 급등했다는 점은 지난해와 올해 상황이 유사하지만, 미 연준의 태도가 사뭇 다르다는 점 때문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미 장기 채권 급등기엔 미 연준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던 것은 물론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언급했었지만, 올해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 만큼은 인정하고 있다”고 짚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점은 지난해처럼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5%까지 오르긴 어려운 상황이며, 국채 10년물 금리도 최상단이 3.8% 수준일 것”이라며 “국채 10년물 금리가 3.6~3.8%일 때,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4.5% 이상의 영역에 돌입한다면 매수 기회”라고 분석했다.
한편, 매크로(거시 경제) 상황과 별개로 야당이 압승을 거둔 총선 결과로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금투세 폐지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는 점도 채권개미에겐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투세가 내년 1월부터 도입될 경우 그동안 비과세였던 채권의 기본 차익과 만기 상환 차익에 대해서도 세금이 발생하게 된다. 채권, 해외 주식, 파생상품 등 기타 금융상품을 모두 포함해 250만원 기본 공제 후 과세표준 3억원 이하 차익은 20%(지방세 포함 22%), 3억원 초과 차익은 25%(지방세 포함 27.5%)의 세금이 부과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자소득을 줄이고 비과세인 자본 차익에 집중하던 개미들이 내년부턴 22~27.5%에 이르는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중도 차익거래가 아닌 만기까지 보유해 이익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세금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