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양의 해’부활 드라마 꿈꾸는‘양띠 미녀골퍼’김자영
2012년 한해에만 3승 ‘신데렐라’로 긴 슬럼프…‘반짝스타’ 가장 싫어 2015 시즌 개막전서 자신감 찾아 ‘이대로만 하면 된다’는 믿음 생겨
사실 그가 가장 싫어하는 게 ‘반짝스타’였다. 2010년 프로골퍼가 된 후 스스로에게 다짐한 게 하나 있다면 ‘한번 우승하고 잊혀지는 선수는 되지 말자’였다. 그러나 최근 2년간 그는 자신이 가장 피하고 싶은 길로 갈 뻔했다.
2012년 한 해에만 3승을 몰아치며 신데렐라로 떠올랐지만,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열린 2015 KLPGA 시즌 개막전 첫날 자신의 이름을 리더보드 맨꼭대기에 올려놓으며 존재감을 입증했다.
‘미녀골퍼’ 김자영(LG). 스물넷 양띠 아가씨인 그는 ‘청양의 해’인 올해 부활 의지를 다졌다. 이달 초 태국 후아힌으로 전지훈련을 떠나기 앞서 만난 김자영은 “아무래도 양띠해이니 좋은 기운이 있지 않을까요. 너무 오랫동안 우승에 목말라 있으니 올해는 꼭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싶어요”라며 정말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첫 해외여행과 긴 휴식…충분히 비웠으니 이제 채워야죠”=김자영은 모처럼 긴 휴가를 즐기고 돌아왔다며 들뜬 얼굴이었다. 2주일의 휴가 동안 골프채를 완전히 놓았고 부상 위험 때문에 이제까지 허락받지 못했던 스키도 신나게 탔단다. 12월 초엔 친한 후배인 김민선·김도연과 싱가포르 여행도 다녀왔다. 전지훈련이 아닌 해외여행은 프로 데뷔 후 처음이었다. “이상하더라고요. 왠지 공항에 내려 골프백을 찾아야할 것같고, ‘우리 놀러온 거 맞는 거지?’ 하며 서로 확인도 하고. 잔디밭도 보기 싫어 고개 돌릴 만큼 골프는 완전히 지운 여행이었어요. 충분히 비워내고 다시 채우자는 마음으로 신나게 놀았죠.” 효과는 금세 나타났다.
여행 직후 출전한 2015 시즌 개막전 현대차여자오픈에서 김자영은 첫날 6언더파 단독선두에 나서며 수많은 ‘삼촌팬’들을 열광케 했다.
21개에 불과했던 ‘짠물퍼팅’이 힘을 발휘했다. 비록 최종라운드서 흔들리며 11위로 대회를 마쳤지만, ‘새 시즌 첫 라운드 1위’는 김자영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 “자신감을 얻었죠. 내가 부족하다고 느껴도, 공이 안맞더라도 위축되지 않고 정신차리면 되는구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고, 하려고만 하면 나도 할 수 있구나. 이렇게 좋은 스코어도 나올 수 있구나…. 그동안 잃었던 자신감을 찾은 기회였어요.”
▶“지난 2년간 가장 두려웠던 건….”=프로 3년차였던 2012년은 김자영에게 최고의 해였다. 그해 5월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챔피언십과 두산 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 2주연속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8월 히든밸리 여자오픈까지 제패하며 다승왕에 올랐다.
최고의 실력에 아름다운 미모까지 겸비한 그는 대회마다 수십명의 삼촌팬을 몰고 다녔다. 하지만 지난 2년간 김자영은 존재감을 잃었다. 2012년 3위였던 상금랭킹이 2013년 36위, 2014년 30위로 뚝 떨어졌다. 조급할수록 성적은 더 나빠졌다. 가장 두려웠던 건 뭐였을까. 잠시 생각에 잠긴 그가 입을 열었다.
김자영은 “내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어질까봐 두려웠다. 그냥 놔버릴까봐. 대회에 나가기 싫은 적은 정말 많았고, 솔직히 골프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내가 맞는 길을 가는지, 기술적으로도 이게 맞는건지, 전부 확신이 안섰다”고 털어놓았다.
실패의 유일한 장점은, 깨우침을 준다는 것이다. 물론 아무나 실패를 통해 터득하는 건 아니다. 총명한 그였기에 가능했다.
“그래도 2014년엔 얻은 게 있었어요. 2013년 연말엔 정말 막막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2년을 보내고 나니까 조금씩 보이더라고요. 주위 사람들을 너무 신경쓰는 바람에 스스로를 더 힘들게 만들었는데, 이젠 그래봤자 좋은 거 하나 없다는 것도 경험했고. 지금은 내가 가야하는 이 길이 확실하고, 그렇다면 열심히만 하고 기다려주면 성적은 나겠구나 믿음이 생겼죠.”
지난해 가을 스윙코치도 바꿨다. 3년간 함께 했던 이안 츠릭(호주) 코치와 결별하고 김의현 코치와 새롭게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 가녀린 몸으로 공을 다부지게 때리는 ‘히터 김자영’의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오는 게 목표다.
▶“양띠해, 좋은 기운 받아 우승 갈증 풀고 싶어요.”=부활의 기지개를 펴야 할 타이밍에 마침 양띠해가 밝았다. 스스로도 “양띠해이니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을 것같다”며 생글생글 웃었다. 3월 1일까지 머물 태국 전훈에선 교정에 들어간 스윙을 일관성있게 만드는 게 첫번째 숙제다. 100야드 안쪽 어프로치샷과 퍼트도 기복없이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김자영에게 꿈을 물었더니 가장 현실적인 답이 돌아왔다. “아직 꿈을 정하지 못했다”는 것. 김자영은 “내가 내 앞에 있는 걸 너무 해내지 못해서 그것에만 좀 집중하고 싶다. 우승을 안한지 너무 오래돼서 올해는 꼭 우승컵을 갖고 싶다.나도 행복하고 그동안 응원해준 분들도 기쁘게 해드리는 게 올해 목표다”고 했다.
김자영은 자신의 공에 항상 일곱개의 별을 그린다. 공에 그려진 별의 수만큼 올해 우승하길 바란다면 너무 큰 욕심일까. 아니면 그 절반만이라도. 김자영이 그려낼 ‘청양의 해’ 부활 드라마가 벌써 기대된다.
조범자 기자/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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