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대낮에 만취 상태로 안주를 사러 가기 차를 몰아 산책 중이던 부부를 치어 아내를 숨지게 한 20대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5일 전주지법 제2형사부(김도형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상) 혐의로 구속기소된 A(26)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 1일 오후 4시 5분께 전북 완주군 봉동읍의 한 도로에서 산책하며 걷고 있던 40대 부부를 차로 들이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고로 아내(45)는 사망했고, 남편(43)은 전치 8개월의 상해를 입었다.
조사결과 A씨는 근로자의 날 직장 동료들과 기숙사에서 술을 마셨고, 안주를 더 사러 가려고 운전대를 잡았다. 사고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치를 훌쩍 넘는 0.169%로 확인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소중한 가족을 잃은 피해자의 유가족들은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큰 상처를 입었을 점이 분명한 점, 또 다른 피해자는 소중한 아내를 잃었음에도 장례식조차 참석할 수 없는 점, 피해자 미성년 자녀들은 현재 뿔뿔이 흩어졌고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형이 너무 가볍다”고,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고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차에 치인 피해자 중 아내는 사망했고 남편은 약 8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며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남편은 여전히 거동과 의사 표현에 현저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고로 피해자들의 자녀들은 중·고등학생으로 부모의 보살핌이 절실히 필요한 때 하루아침에 어머니를 잃었다”며 “피고인이 저지른 범행으로 화목했던 한 가정이 송두리째 무너져 파탄에 이르렀다. 이는 음주운전이 야기할 수 있는 가장 불행한 결과”라고 엄하게 꾸짖었다.
재판부는 A씨가 1심에서 6000만 원, 항소심에서 4000만 원을 각각 형사 공탁한 것을 두고 원심의 형을 감경할 만한 유리한 정상으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 측 변호인과 합의금에 관한 협의를 하던 중 일방적으로 공탁금을 냈다”면서 “피해자 측이 이 공탁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의사를 표현했고, 피고인은 공탁금 성격을 ‘위자’(피해 변제)로 명시했으므로 이는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줘야 할 손해의 일부를 지급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사고의 내용 및 결과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재산상·정신적 손해배상금 합계는 1억 원을 상당히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중 일부인 1억 원만을 공탁한 것은 원심의 형을 감경할 만한 유리한 정상으로는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