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만료 D-2’ 21대 국회서 연금개혁 쟁점 급부상

巨野, 모수개혁 선처리 압박…“당 차원 전담기구 구성”

與 “모수개혁 하고 구조개혁 한다면 모순·충돌 우려”

野진정성 의심 가운데 여권 내 선처리 목소리도

이재명 “여야 일치된 연금 모수개혁부터”…추경호 “22대 국회서 진짜 개혁” [이런정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진·박상현 기자] 임기를 단 이틀 남긴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이 막판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소득대체율 44%’를 수용하며 연금개혁의 한 축인 모수개혁의 29일 이내 처리를 촉구하면서다. 이 대표는 27일에도 “야당의 양보로 의견이 일치된 모수개혁 처리부터 먼저 하면 된다”며 ‘선(先) 모수개혁-후(後) 구조개혁’을 재차 압박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대 민생 현안이자 국민 관심사인 국민연금 제1차 개혁을 이번 만큼은 매듭지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의 여당안을 수용했다”며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이대로 개혁안을 좌초시키는 것보다 반 걸음이라도 나아가는 것이 낫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야가 당장 협의에 돌입해야 한다. 어려울 게 없다”며 “저부터 장소와 시간,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세부 협상에 임하겠다”고 했다. 이어 “이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향후 22대 국회에서 제2차 연금개혁을 통해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고, 소득대체율을 상향하는 등의 문제를 보완해 나가겠다”며 “모두를 한번에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할 수 있는 것부터 해 나가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모수개혁 선처리를 주장한 만큼 명분에서 우위를 가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민주당의 통 큰 양보마저 결국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거부했다. 매우 무책임하고 정략적인 태도에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21대 국회 내에 가능한 것은 미루지 말고 빠르게 개혁하고, 22대 국회에서 해야 될 일은 22대에서 처리하겠다”며 “당 차원에서 국민 연금의 보장성 강화와 퇴직 연금 및 개인 연금의 전면 개혁을 위한 전담 기구를 구성해 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여야 일치된 연금 모수개혁부터”…추경호 “22대 국회서 진짜 개혁” [이런정치]
국민의힘의 추경호 원내대표(왼쪽)와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연합]

반면 국민의힘은 22대 국회에서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동시에 손봐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연금개혁은) 오랫동안 논의되고, 한번 결정하면 적어도 20~30년이 지속돼야 하는 개혁이기 때문에 모수개혁만으로 일단락 짓고 다시 구조개혁을 한다면 서로 모순과 충돌이 생기고, 또 세대 간 갈등과 여러 가지 우려되는 것이 있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두 개혁을 한 뭉텅이로 해야 한다는 게 저희 입장”이라고 말했다. 전날 같은 입장을 밝힌 추경호 원내대표도 이날 “국민적 합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하면 거센 저항을 맞게 된다”며 “이틀 뒤에 시작할 22대 국회에서 진짜 연금개혁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국민의힘은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이 별도로 이뤄질 경우 부작용과 더불어, 민주당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집권여당으로서 여론 수렴뿐 아니라 개혁안을 집행할 정부·대통령실과 논의할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중요한 국가 어젠다이자, 미래세대에 영향을 미치는 개혁과제를 풀어나가면서 갑자기 21대 국회 임기를 4~5일 앞두고 툭 던지는 것 자체가 진정성 있고 책임 있는 자세인가”라고 말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유경준 의원은 앞서 “소득대체율 44%는 금번의 연금개혁에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통합을 일부라도 포함하는 구조개혁이나, 연금개혁의 다른 부대조건들이 합의됐을 때의 조건부 안”이라고 했다.

다만 여권 내 모수개혁 선처리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연금특위 위원인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거라면 우선 나아가자”고 했고, 윤희숙 전 의원도 “천금과 같은 기회가 왔을 때 처리하는 것이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이는 길”이라며 사실상 민주당안 수용을 주장했다. 5선 고지에 오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연금개혁안을) 28일 본회의에 올리는 것은 정략적인 의도로 읽히니, 다음 국회가 시작하자마자 첫 본회의때 연금개혁특위를 구성하고 이 안을 가장 먼저 원포인트로 통과시키자”는 중재안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