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다시 쓰기, 다중인격과 기억의 과학들(이언 해킹 지음, 최보문 옮김, 바다출판사)=다중인격이 미국 정신의학협회의 공식 진단명이 된 것은 1980년에 이르러서다. 다중인격 환자 대부분이 어린 시절 가족에 의한 성적 학대의 기억을 가진 여성으로 밝혀지면서 다중인격은 학계의 뜨거운 쟁점이 됐다. 이에 학제간 연구 성과로 ‘현대 사상의 거인’이라 불리는 저자는 다중인격의 현재의 모습을 이해하고자 푸코의 고고학적 방법론을 선택, 이 질환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놀랍게도 19세기와 오늘날의 다중인격 환자와 의사의 모습이 상당히 달랐다. 이에 저자는 이같은 사실에 착안, 인간은 과학이 분류한 인간 유형에 영향을 받는 ‘고리 효과’를 발견하게 된다. 이와 함께 과거에 빙의나 몽유증 등으로 이해되던 특정 현상이 다중인격이란 정신질환으로 치환된 것은 기억을 영혼의 대용으로 만들어 경험적 연구 대상으로 둠으로써 영혼을 종교의 영역에서 과학의 영역으로 가져왔다고 봤다.
▶폭염 살인(제프 구델 지음, 왕수민 옮김, 웅진 지식하우스)=매년 ‘역대급 더위’를 경신하면서 지구는 점점 빠른 속도로 뜨거워지고 있다. 기후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수 년간 평균 기온이 45도를 웃도는 파키스탄부터 시카고, 남극, 파리 등 전 세계를 오가며 폭염의 생생한 현장을 책에 담았다. 저자에 따르면, 오늘날 폭염이 일어날 확률은 산업화 초기에 비해 150배 높아졌다. 지구를 뜨겁게 만드는 ‘열’을 생태계의 변화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시스템마저 붕괴시킨다고 경고한다. 또 질병 알고리즘을 새로 쓰며 인류를 위협한다. 전문가들은 지구 열탕화의 원인으로 화석 연료의 사용을 꼽지만, 전 세계 화석연료 사용 비중은 2024년 현재에도 82%나 이를 정도로 높다. 저자는 폭염의 위험성을 적극 알리기 위해 폭염에 이름을 붙이고 이미지화하는 ‘브랜딩’이 필요하며, 전 세계 인구의 70%가 살게될 도시의 모습도 폭염 시대에 걸맞게 리모델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크 넛지(로라 도즈워스·패트릭 페이건 지음, 박선령 옮김, 포레스트북스)=우리는 24시간 내내 조종당한다. 끊임없이 울리는 스마트폰의 알림과 진동 소리, 도저히 찾을 수 없는 ‘구독 해지’ 온라인 버튼, 별 생각 없이 틀어놓은 TV 속 광고, 주방 탁자에 올려둔 식품 포장재까지. 모두가 우리의 정신을 자극하고, ‘넛지’(Nudge·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 하고, 심리를 조작해 뭔가를 따르게 만드는 음모가 펼쳐지고 있는 것. 작가와 행동과학자인 두 공동 저자는 소비자의 비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하는 이 해로운 설득을 ‘다크 넛지’(Dark Nudge)라고 부르고, 주도권 경쟁에서 지지 않는 현실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자신이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잠시 멈추고 심리적으로 약해지는 4가지 상태가 아닌지 확인해 보라고 재차 강조한다. 바로 배고픔(Hungry), 분노(Angry), 외로움(Lonely), 피곤함(Tired)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