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 전지현(33)은 14년 만의 안방복귀에 ‘국민여신’이 돼 돌아왔다. 전지현의 전매특허다. 13년 전 ‘엽기적인 그녀(2001)’를 통해 꽃 피운 발랄하고 사랑스러웠던, 하지만 사정없이 망가졌던 여대생은 ‘도둑들(2012)‘을 만나 원숙미를 더했고, ‘별에서 온 그대’을 통해 빛을 발하는 중이다. 무식하고 사랑스러운 ‘국민여신’에 요즘 안방이 들썩인다.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를 통해 전지현은 작정하고 망가지고 있다. 드라마에서 전지현은 대한민국을 사로잡은 ‘국민여신’이자 한국을 넘어선 ‘아시아의 별’로 출연한다.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빈틈 많고 무식하기 이를 데 없다. 가리는 음식도 없다. 한강 크루즈에 탑승해 소주와 개불을 찾고, 우울한 날엔 ‘치맥(치킨+맥주)’ 하나면 행복해지는 여자다. 민망한 상황에선 ‘쏴리~(SORRY)’를 남발하며, 성격도 불 같아 비속어가 속출한다. 연예계에서 산전수전 다 겪고 성장한 톱스타인 탓에 여배우의 비애도 만만치 않지만, 그 모든 게 엽기적이고 푼수 같은 행동 앞에 웃음으로 승화된다. 방송 4회 만에 20%를 돌파했고, 지난 9일 방송에선 25%의 문턱까지 갔다.
망가진 전지현의 효과도 상당하다. 전지현이 입고 들고 바르고 나오는 아이템은 줄줄이 ‘완판’이다. 드라마에서 바르고 나오는 입생로랑 틴트를 비롯해 전지현이 입고 나온 ‘폴스미스’ ‘DKNY’ ‘셀린느’ 등 고가 명품 브랜드의 코트는 이미 다 팔렸거나 완판 조짐을 보이고 있는 아이템이다. 결혼 이후 더해진 고급스러운 이미지는 드라마에서 아무리 망가져도 달라지지 않았다. 김남주를 대체한 패션업계 협찬 1순위다.
열여섯 어린 나이에 패션잡지의 표지모델로 데뷔한 전지현은 드라마와 광고를 오가며 성장했고,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를 통해 청춘스타로 부상했다. 수십 편의 CF를 통해 광고퀸으로 부상했지만, ‘엽기적인 그녀’ 이후 작품들은 줄줄이 참패였다. 비슷한 캐릭터의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2004)’는 기대에도 못 미치며 캐릭터 답습의 한계도 비쳤다. 아예 분위기를 바꿔 출연한 멜로영화 ‘데이지(2006)’나 화장기 없는 얼굴로 등장했던 ‘슈퍼맨이 돌아왔다(2008)’도 흥행엔 실패였다.
전지현의 ‘잃어버린 10년’은 결혼과 함께 만난 ‘도둑들’을 통해 되찾아졌다. 1300만명을 동원한 영화 ‘도둑들(2012)’에서 철딱서니 없지만 빼어난 미모에 걸쭉한 욕설을 입에 달고 다니는 자기애가 충만한 도둑 예니콜을 연기하면서다.
‘엽기적인 그녀’부터 ‘도둑들’ ‘별그대’로 이어진 망가진 여신 이미지는 이미 익히 봐온 캐릭터였다. 발랄하고 엉뚱했고, 자유분방했던 캐릭터에 원숙함이 더해져 ‘예니콜’로 무르익더니 천연덕스러운 ‘천송이’로 정점을 찍었다. 허당이고, 엽기적이지만 흐트러짐 없는 미모를 앞세운 캐릭터라는 것도 전지현에게 터닝포인트가 됐던 세 작품의 공통점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도 “전지현은 그동안 CF를 통해 보여준 이미지가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연기패턴은 조금씩 바꿔왔지만, ‘별에서 온 그대’에서의 천송이 역할은 전지현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캐릭터들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며 “하지만 ‘도둑들’ 이후 연기폭이 넓어진 모습이 대중에겐 변화로 다가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금씩 옷을 바꿔입은 전지현의 변화는 흥미롭게도 2012년 결혼과 함께 시작됐다. 그간 고수했던 신비주의는 내려놓고, 결혼 전에는 없었던 키스신도 찍었다. 상대는 모두 김수현(‘도둑들’, ‘별그대’)이다. 전지현은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앞서 진행된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일신의 변화가 연기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어요. 나이가 들어 때에 맞춰 결혼을 했고, 이런 변화로 여유가 생겼어요. 결혼으로 안정을 찾은 지금은 일에 집중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역할에 캐스팅됐을 때 올인할 수 있는 때인 것 같아요. 의도적이진 않았지만, 신비주의 이미지는 배우생활을 하는데 벽이었어요.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호흡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갈망이 컸죠. 배우 생활은 제게 운명이거든요. 결국 작품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꾸준히 활동하고,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을 만나는 것만큼 더 좋은 방법은 없겠죠. 작품으로 이야기할게요. 오래도록 함께 할 배우라는 걸.”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사진제공=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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