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는 과태료ㆍ정직 1개월 등 솜방망이가 대부분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1. 변호사 A씨는 의뢰인의 사건을 수임하고도 재판정에 한번도 출석하지 않았다.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에 대한 피해 보상을 위해 수임료를 반환하기로 했지만 이마저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과태료 5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2. 수임한 사건의 의뢰인는 물론이고 상대방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것은 변호사의 기본 윤리에 해당한다. 그러나 변호사 B씨는 의뢰인에 대해 진정서를 낸 진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답변서를 일반인들이 볼 수 있는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 과태료 300만원의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변호사 징계 건수가 전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변호인이 의뢰인에 가져야 하는 기본적인 윤리를 위반한데서부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에 이르기까지 그 행태로 천차만별이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징계는 과태료 몇백만원이나 정직 1개월 등 솜방망이 처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징계 건수 증가 추세…전년 대비 두 배 이상=4일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변호사 징계 추이를 보면, 2010년 40건, 2011년 45건, 2012년 21건, 2013년 25건, 2014년 56건으로 집계됐다. 2012년 큰 폭으로 줄어들었으나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며 심지어 지난해 징계 건수는 전년 대비 2배를 훌쩍 넘어섰다.
징계 사유별로 보면, 변호사 품위유지의무 위반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의뢰인을 대리해 재판에 참여하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전형적인 ‘갑질’의 행태를 보여 징계를 받기도 했다.
변호사의 기본 윤리를 위반한 경우로는 진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답변서 등을 재판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반인이 알아볼 수 있도록 인터넷에 게시해 징계를 받았다. 변호사 윤리장전 제12조는 ‘변호사는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개인정보의 보호에 유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문분야 등록을 하지 않고 이혼 ‘전문’ 표시하거나, 선임서 등을 해당기과에 제출하지 않은 기초적인 실수로 윤리장전 제23조(위임장 등의 제출 경유)를 위반해 징계를 받은 사례도 보고됐다.
특히 변호사라는 지위를 이용한 일종의 ‘갑질’이 징계 사유가 된 경우도 있다. 불성실 변론으로 의뢰인과 손해배상금을 지급한다고 합의서까지 작성하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는가 하면, 수임한 사건의 변론기일에 단 한 번도 출석하지 않는 등 불성실하게 변론하고 수임료를 반환하기로 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아 징계를 받았다.
변호사 명의를 빌려주거나 변호사 자격증이 없는 이가 업무를 수행하는 묵인해 변호사법 위반 범행을 방조한 사례도 있었으며, 심지어 폭행 사건으로 변호사 품위를 손상한 경우도 보고됐다.
▶징계는 느는데 처분은 솜방망이=현재 변협에 공개된 27건의 징계 유형을 보면, 과태료 100만원이 8건으로 가장 많고, 과태료 500만원이 5건, 200만원과 300만원이 각각 2건씩이다. 이보다 징계 수위가 높은 정직의 경우 1개월과 2개월이 각각 2건를 기록했다
징계는 제명, 정직, 과태료, 견책 등으로 나뉘는데, 과태료를 부과한 징계가 27건 중 22건을 차지했고, 5건을 기록한 정직의 경우도 6개월은 1건에 불과했다.
형사 책임까지 져야하는 경우에도 과태료 200만원만 내고 변호사 업무는 계속 수행할 수 있었고, 의뢰인의 합의조정금을 임의로 사용하고는 돌려주기로 확약서까지 작성하고 이를 돌려주지 않은 경우는 법적 분쟁으로 커질 수 있는 사안임에도 과태료 처분에 그쳤다.
이러한 솜방망이 처분에 대해 변협 관계자는 “징계 수위는 변협 징계위원회에서 결정하는데, 명시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며, 혐의 사실이나 이전 징계 사례를 참조해 처분을 내리게 된다”고 말했다.
변호사법 시행령에 따르면 징계는 처분 확정일로부터 2주일 이내에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하도록 돼 있다. 제명의 경우 3년, 정직의 경우 1년(정직기간이 1년보다 장기인 경우는 그 정직기간), 과태료는 6개월, 견책은 3개월 게재하게 된다.
공개 내용에는 변호사의 성명, 생년월일, 사무실 주소ㆍ명칭, 처분의 내용과 사유까지 상세히 공개하고 있다. 변협 정기간행물에도 게재해 다른 변호사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지만, 과태료만 내면 일종의 면죄부를 받는 식이어서 실질적인 징계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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