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어디가’ 등 가족예능물 10여편 방송 전성시대 도래 가공하지 않는 진정성·재미 현실속 가족 TV통해 대리만족
불황이 길어질수록 아빠들의 귀가시간이 늦어졌다. 직장에선 ‘영원한 을(乙)’로 시달리던 가장들이 가정으로 돌아가자 별안간 ‘불청객’이 되었다.
브라운관은 가족보다 일이 먼저라 했던 아빠들을 집으로 불러들였다(‘슈퍼맨이 돌아왔다’), 맞벌이 부부가 늘며 ‘황혼육아’ 510만 시대가 도래하자 할아버지, 할머니는 손주들을 돌봤고(‘오! 마이 베이비’), 아빠와 아이들은 훌쩍 여행(‘아빠, 어디가’)을 떠났다. 대화 없던 사춘기 자녀들은 부모 앞에서 직설로 고민을 토로(‘유자식 상팔자’)했다. 결혼을 통해 확장된 ‘가족 스트레스’는 시월드(‘속풀이쇼 동치미’, ‘웰컴 투 시월드’, ‘고부스캔들’, ‘속풀이쇼 동치미’)와 처월드(‘백년손님 자기야’)로 나타났다.
지금 브라운관은 ‘가족예능’ 전성시대다. 경제불황과 각박한 현실에서 상처받은 영혼을 위로할 곳이 가족이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에 방영된 ‘슈퍼맨이 돌아왔다(KBS2)’는 정규방송 편성일자를 재고 있고, 황혼육아를 다룬 ‘오! 마이 베이비(SBS)’도 출범을 앞두고 있다. 새로운 가족예능 두 편을 포함, 지상파 3사와 종편 채널에서 가족을 소재로 다룬 예능프로그램은 10편을 훌쩍 넘긴다.
사실 TV 예능 프로그램은 진작부터 가족 소재에 터전을 두고 있었다. 인포테인먼트 성격을 걷어낸 대부분의 예능은 유사가족을 만들고 그 안에서 부대끼는 모습을 통해 ‘웃음’을 선사했다. 이제 ‘가족예능’의 핵심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로 돌아가고 있다.
예능국 PD들은 “맞벌이 부부가 늘며 황혼육아 사례가 늘었다(배성우 PD)”, “육아와 교육을 등한시하는 모습은 대한민국 아빠들의 현 상태(강봉규 PD)”, “부모 자식 간의 소통 부재(성치경 PD)”가 ‘간과할 수 없는 모습’으로 떠올랐다고 말한다.
시청자들은 공감하며 대리만족을 얻는다. 박중민 KBS 예능국 EP는 “IMF 이후 TV에서는 결격사유가 없는 완전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우애와 사랑을 강조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가족코드를 담은 프로그램이 많이 등장했고, 사랑을 받았다”며 “완전한 가정의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은 대리만족을 느꼈다”고 분석했다. ‘오 마이 베이비’의 배성우 SBS PD도 “사는 게 힘들어지고 각박해질수록 기댈 수 있는 곳은 가족뿐이라는 인식이 커져갔다. 하지만 현실의 가족은 행복하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며 “예능 프로그램은 TV를 통해 환상을 생산하고, 시청자들은 소비한다. 이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거나 위안을 받고 동지가 된다”고 풀이했다.
2008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에 이은 장기적인 경제불황, 취업난, 조기퇴직의 위협, 가정의 위기 등 국민들을 옥죄는 위기감과 ‘개인의 문제’만이 당면과제로 떠오른 각박한 현실을 타개할 희망은 결국 ‘가족’이라는 것이다.
‘가족예능’의 관건은 당연히 ‘진정성’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강봉규 KBS2 PD는 “요즘의 예능 프로그램은 진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존재가치도 없고 재미도 덜 하다”며 “스타들은 가족 앞에서 자신의 진짜 이야기와 모습을 보여준다. 가공하지 않아도 재미를 느끼고 진정성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유자식 상팔자’의 성치경 JTBC PD도 “시청자들이 자신과 공감대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야기에는 흥행력이 없다”며 “연예인들의 신변잡기는 남의 이야기이지만, 스타와 가족의 이야기는 공감이 바탕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예능은 공동체의 회복에 궁극적인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작자들은 “다양한 조손가정의 리얼성장을 통해 이상적인 가족모델을 제시(배성우 PD)”하고, “아주 간헐적이더라도 아빠와 아이들이 소통의 시간을 갖기(강봉규 PD)”를 의도하며, “우리집이나 연예인의 집이나 다르지 않다는 위안 얻기를(성치경 PD)”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앤트로픽 IPO는 시작일 뿐…AI 모델 ‘골라주는 시장’ 커진다 [서학개미 주식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rcv.YNA.20260813.PRU20260813276001009_T1.jpg?type=h&h=240)
![“교과서 미래엔 AI가 있다”…‘AI 공장’된 미래엔 세종공장 [그 회사 어때?]](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2/news-p.v1.20260821.9213ff47283443e4aeec745e2b971c31_T1.jpg?type=h&h=240)
![일본서 사라진 인플레 ‘명목 앵커’…물가·엔화에 중요한 이유 [츠토무 와타나베]](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816.209013b3297d4c92ab32710d529f3877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