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46회> 감추어진 승부 70

“아가씨가 강유리 선수 맞아요?”

가장 먼저 도착한 ‘메르세데스 벤츠 680S’가 강유리 바로 곁에 멈춰 서자 서로 경쟁이나 하듯 다른 차량들이 그 앞뒤로 꼬리를 물고 원을 그리며 멈춰서기 시작했다. 주변은 금세 난리 통으로 변했고 시끌벅적 요란한 목소리가 주위를 가득 메웠다. 바로 그 순간에 3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조선족 여인 한 명이 강유리를 찾았다.

“누구세요? 아줌마는?”

“난 한국말 통역원입니다. 저기 저 차에 탄 외국남자가 이걸 강유리 선수에게 전하라고 하더란 말입네다.”

언뜻 북한 투의 말씨와 억양을 내비치는 통역원은 황금색 쪽지 한 장을 내밀고 있었다. 그 통역원이 다른 한 쪽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니 웬걸, 그 쪽지를 전한 사람은 클래식 카 동호회 회장 ‘움라우트 패튼’이었다.

“위드 마이 키스!”

강유리와 눈이 마주치자 움라우트 패튼은 손 키스를 날려 보내며 활짝 웃었다. 그가 입을 크게 벌리고 웃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쨍하게 내려 쪼이는 사막 햇빛 속에서도 그의 턱 언저리를 감싼 은빛 수염은 희게 빛났다. 며칠 전, 국도변에서 처음 만나 그가 운전하는 ‘이소타 프라치니 타입 8A’의 조수석에서 마주보았을 때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어머나, 어머나… 예원희 씨, 이걸 어째?”

“왜 그러십네까? 동침이라도 하자고 써 있습네까?”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치사하게 밥이나 한 그릇 사겠답니까? 뭐라고 적혀 있기에 그리 놀랍네까?”

“이거… 종이가 아니고 황금 판이에요, 황금!”

강유리는 마침 스커트를 벗던 중이었는데, 너무 놀라서인지 그만 치맛자락을 제풀에 놓치고야 말았다. 스커트는 뉴턴이 발견한 중력의 법칙에 따라 스르륵 발목까지 미끄러져 내렸다. 그러자 병아리 가죽처럼 샛노란 비키니 복장이 온전히 드러나게 되었는데….

강렬하게 내리쬐는 사막햇살 아래 빨간 무개차를 세워놓고, 그 위에 노란색 비키니를 입은 채 늘씬한 각선미를 드러낸 강유리의 모습에 감탄하지 않는 자는… 필시 사내가 아니었다. 아! 저 모습 좀 봐. 여신이 강림했군!

순간 부르릉대거나 빵빵거리던 소음이 일시에 사라졌다. 이를 테면 모두들 감격에 겨워서 입은 벌렸으되 아무런 말도 내뱉을 수 없었다는 말이다. 강유리도 더 이상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입을 굳게 다문 까닭은… 사막의 강렬한 햇빛을 되쏘며 번쩍이는 24K, 황금 판의 위력에 감격했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조선 족 통역원이 또 다른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이번엔 진짜 종이 위에 적힌 메모였는데 그 내용이 기막혔다.

<움라우트 패튼 회장께서 한 달 전에 패션그룹 ‘모찌’를 인수했답니다. 패튼 회장께서는 ‘모찌’에서 생산되는 모든 옷과 핸드백을 강유리 선수께 선물하시고 싶다네요.>

모찌?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품의 상징 모찌? 강유리는 벅차오르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어려웠다. 이걸 어쩌지? 그녀는 잠시 눈을 감고 호흡을 고르기 시작했다. 잘만 하면 벼락부자로 등극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제 발로 찾아든 셈이었다.

“진짜… 황금입네까? 이빨로 깨물어 봐야 알 거 아닙네까?”

“진짜 황금이에요. 황금 판에 메모를 전해왔다고요.”

두께가 3㎜ 정도 되고 엽서크기쯤 되는 황금 판이라 제법 묵직하게 느껴지는 그 메모판에는 빤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만날 날짜와 시간, 그리고 장소였다. 더불어 한 줄 추가된 내용이라야 ‘움라우트 패튼’의 개인 전화번호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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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