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52회> 감추어진 승부 76

사막 한 가운데, 반경 1㎞ 범위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상황을 쌍안경으로 유심히 지켜보는 자가 있었다. 권도일이었다. 그는 바람으로 인해 형성된 사막 계곡의 그늘 틈에 ‘로열 골드’를 세워놓고 있었다.

로열 골드는 말 그대로 황금빛을 띠고 있었다. 사막에 해가 뜨면 온 세상이 황금빛으로 빛난다는 것은 유치원생도 아는 이야기. 그러니 황금빛 사막 한가운데 황금빛 머신이 정차해 있는 것이 쉽게 드러날 리 없었다.

더구나 로열 골드는 스텔스 기능을 지녔기 때문에 전파를 차단하듯 태양 빛도 자연스럽게 분산시킬 수 있는 표면 처리를 마친 머신이었으므로, 웬만큼 자세히 보지 않고서야 쉽게 눈에 드러나지 않았다는 말이다.

물론,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아도 마찬가지였다. 한 가지 취약한 점이 있다면 야밤에 적외선탐지기라든지 혹은 열감지카메라를 들이댔을 때엔 정체가 드러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대낮이었고, 섭씨 50도로 치닫는 한낮이었으므로 걱정할 이유가 없었다.

“유호성 선수의 안전은 확인했나? 오버.”

권도일이 쓰고 있는 헬멧 안에서 인터콤이 울렸다. 재벌2세였다.

“지금 랠리 안전요원이 다녀갔습니다.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별 이상이 없길 바랄 뿐입니다. 오버.”

“직접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란 게 무슨 소린가? 오버.”

“테러 현장에 무작정 다가설 수 없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오버.”

재벌2세의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구체적인 명령은 내리지 않았지만, 분위기로 보아 가급적 유호성의 상태 확인을 원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권도일은 무작정 현장으로 다가가길 원치 않았다.

‘블랙 이글스’가 테러를 자행하는 모습을 본 사람은 공교롭게도 자기 혼자뿐이었다. 모리타니아 군인들이 뒤따라 접근해 오긴 했지만 그들이 도착하기 전 1974년산 치타는 이미 모래구덩이에 처박혀 있었다. 자칫 성급하게 굴다가는 자기가 오히려 테러 용의자로 몰릴 가능성이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한편으론…마음 깊이 숨겨온 본심 때문이기도 했다.

그는 쌍안경으로 현장을 지켜보며 상황을 종합 정리하고 있었다. 유호성이 살아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N-Dos 특공 소령이 신경독을 살포했다 하더라도 1974년산 치타의 구조상 치사량의 가스를 흡입하지는 않았을 것임을 확신했다.

정신을 잃고 사막 언덕에 처박힐 때도 충격은 그리 크지 않았을 것이다. 안전바가 설치되어 있고 목에도 보호대가 착용되었을 것이고, 삼각점을 연결하는 벨트로 조여 있었을 유호성이 타격을 입었을 확률은 미미했다.

‘틈을 봐서 치명적인 가스를 추가 살포해야 하지 않을까?’

이게 바로 권도일의 본심이었다는 말이다. 아마도 반쯤 실신한 상태에 처해 있을 유호성에게 비밀리에 접근해 치명적인 가스를 살포하고, 850마력의 힘으로 지상 10㎝ 위를 날아올라 달아나면 그뿐이었다.

로열 골드의 최고 비행속도는 시속 1200㎞이므로 가스를 살포한 뒤 랠리 선두그룹을 뒤쫓아가면 아무도 의심할 수 없을 것이란 판단이었다. 포스트에 도착한 시간 기록으로 보아 현장에서 머뭇거린 흔적을 아무도 추론해낼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었다.

“요란한 기계소리가 들리는군. 뭔가? 오버.”

갑자기 요란한 굉음이 울림과 동시에 재벌2세의 질문이 이어졌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저 멀리에서 여러 대의 헬리콥터가 다가오는 중이었다. 그 중에는 밑바닥에 녹십자 마크가 선명한 대형 치누크 헬기도 섞여 있었다. 그렇다면….

권도일은 숨을 깊이 내쉬었다. 유호성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방증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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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