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MBC ‘일밤-아빠 어디가’는 애초에 오래갈 수 있는 기획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카메라를 의식하게 될 정도로 훌쩍 커버리게 되면 졸업을 시키고 멤버를 바꿔 재출발하는 시즌제로 가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최근 방송을 보면 1기생이 기대 이상으로 잘하고 있어 아직 졸업할 때까지는 많이 남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했을 때 얻어지는 그림이 생각보다 다양하지는 못했다. 숙소 선택, 아이들이 음식거리를 구해오는 미션, 아빠와 요리하고 함께 먹는 장면, 아빠와 잠자면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 등이 기본이었다. 물론 얼음낚시나 무인도 여행, 친구와 함께하는 여행 등 특화된 여행을 떠나지만 시간이 가면서 기본 구도가 엇비슷해지기 시작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제작진은 고정된 패턴이 반복돼 조금씩 도식적인 느낌이 날 무렵 이의 타개책을 선보였다. 타개책을 보니 제작진이 욕심을 부리지 않아서 좋았다. PD가 욕심을 부리기 시작하면 극적으로 만들려고 자꾸 작위적인 시도를 하게 된다. 하지만 ‘아빠 어디가’는 큰 욕심을 부리지 않다보니 작은 것이 보이기 시작했고 이는 훌륭한 돌파구가 됐다. 흔히 놓치기 쉬운 작은 것에 대한 의미도 발견됐다.
두발자전거 타기는 어른이 하면 별로 재미없다. 하지만 자전거를 아빠에게 배우는 첫 경험은 아이들에게는 큰 의미를 지니게 된다. 성장의 주요한 과정으로, 커서도 아빠와의 즐거운 추억의 하나로 머리 한 곳에 자리잡게 된다.
충남 청양 개실마을에서의 밤털기도 마찬가지다. 어른끼리 밤을 수확하는 장면은 특별할 게 없다. 하지만 아빠가 밤을 따러 가기 전 아이들에게 바가지와 양은냄비, 스티로폼 상자 등으로 각양각색 개성만점의 보호헬멧을 만드는 것은 재미있게 다가왔다. 과거 머리에 밤송이를 맞은 적이 있다는 성동일은 아들 준에게 스티로폼 상자를 잘라 장난감 블록 같은 보호헬멧을 만들었다.
몇 달 전 자두를 수확할 때도 재미있었다. 성동일은 “이러다 전국 농작물을 다 따오겠다”고 했지만 이런 식으로라면 농촌 특산물 홍보까지 겸해져 금상첨화다.
아빠와 아이들끼리 서로 친해지면서 아빠들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최근 아빠가 아이들에게 보여준 흥부놀부전은 아빠들만으로도 리얼 버라이어티가 가능할 거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지아가 아빠 송종국의 역할이 나쁜 사람(놀부아내)임을 알고 그 역할을 못 맡게 하자 흥부아내를 맡은 이종혁이 타락하는 모습을 선보여 막장 흥부놀부전이 된 것, 순발력 있게 극의 방향을 끌고나간 김성주 변사, 모든 것의 손발이 척척 맞았다. 지난주 시작돼 이번주 말까지 이어질 일일 아빠 바꾸기 체험도 아이와 아빠끼리 서로 친해져 ‘삼촌’이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믿음이 생겼기에 가능한 아이템이다.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면 아이템의 제한을 받게 마련인데, 오히려 아이들이어서 가능한 소재도 많음을 ‘아빠 어디가’가 발견한 것이다. 무인도 탐험은 어른들의 예능에 단골로 등장했고, ‘정글의 법칙’처럼 상설화한 탐험프로그램도 있지만 아이들 버전으로 만드니 ‘보물섬’ 느낌이 제대로 살아났다. 기존의 아이템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니 이야기가 다채롭게 살아났다. 이렇게 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후, 민국, 준, 준수, 지아 등 아이들의 다양한 캐릭터는 시청자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만난 ‘아빠 어디가’ 제작진은 “우리는 많은 시청률을 바라지는 않는다”면서 “아이들을 지켜주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제작진의 이런 생각이 큰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소하지만 잊혀질 수 있는 작은 것을 하나하나 시도하면서 아이들이 느끼는 재미와 성장을 발견하고, 아이들에 대한 어른들의 선입견까지 제거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아빠 어디가’는 예능프로그램에서 식상할 정도로 남발되고 있는 콘셉트인 ‘성장’이라는 단어가 제대로 들어맞는 착한 프로그램이다.
서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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