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브라운관은 정치인의 계절이다. 선거철만 되면 ‘예능 줄서기’를 했던 게스트형 출연에서 벗어나 이제 그들은 주인공으로 자리잡았다. 접근 방식은 다르다. ‘정치와 권력’에 진지하게 접근한 다큐멘터리도 있고, 정치인이 아닌 자연인의 모습을 보여준 예능 프로그램도 있다. 두 편 모두 국내 방송 사상 전무후무한 시도다.
지난 7월 말 정봉주 전 의원을 필두로 손수조 새누리당 중앙미래세대위원장, 정은혜 민주당 전 부대변인, 천호선 정의당 대표, 안철수 의원 공보 담당 금태섭 의원, 차명진 전 새누리당 의원,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전현직 정당인 7명은 코커서스 산맥의 산악지역인 죠지아(그루지아) 스바네티로 떠났다. SBS가 1년간 기획해온 초대형 프로젝트인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5부작 ‘최후의 권력-7인의 빅맨’ 촬영을 위해서다. 정치인판 ‘정글의 법칙’ 격인 이 프로그램은 오는 11월 첫방송한 이후 내년 1월 시즌제 정규방송으로 편성될 예정이다.
박기홍 SBS 시사다큐 팀장은 “정글생활 10박11일 동안 전현직 정치인 7명은 매일의 지도자가 되며 하루의 권력을 가지도록 했다”며 “그 후엔 권력자의 소통방식에 대한 신랄한 토론이 이어졌다. 그 과정을 현실정치로 끌어와 성찰의 시간을 가지며 소통의 중요함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고 밝혔다.
‘최후의 권력’이 정치인을 주인공으로 앞세워 “권력의 탄생과 유지, 국민을 위한 권력의 의미”를 묻는 진지한 접근이라면, 정치인의 갑옷을 벗어던지기를 희망한 이들은 예능 프로그램으로 향했다.
종합편성채널 JTBC ‘적과의 동침’은 여야 국회의원이 짝을 이뤄 물가와 민심 등에 대한 퀴즈를 풀어본다는 프로그램이다. 완벽한 ‘예능’이다. 이미 박지원 김무성 김영환 김성태 의원이 출연을 결정, 3회분까지 녹화가 진행됐다.
프로그램의 여운혁 CP(책임 프로듀서)는 “정치인들이 출연한 프로그램이지만, 정치 이야기를 다루지는 않는다”며 “정치인들이 나와 빼빼로 게임과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정치인들을 철저하게 무장해제시켜 시민구성원으로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불통의 아이콘’이며, ‘욕만 먹던’ 정치인들을 등장시켜 ‘국민과의 소통’을 꾀한다는 프로그램이다. 당연히 방송을 통한 ‘정치쇼’가 아니냐는 비판과 ‘정치인 미화’ ‘ 이미지 정치’ 논란도 따라온다. 여 CP는 그러나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상 미화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면서 “물론 단점은 커버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의 장점이 없다면 방송출연은 정치인에게 잃는 것이 많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두 프로그램은 기획 의도는 물론 접근방식도 다르지만 일차적으로 정치인이 ‘무대의 중심’으로 옮겨온 획기적인 프로그램이라는 데엔 교집합을 이룬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사 프로그램이 아닌 영역에 정치인들이 잦은 TV출연을 하는 것에 “정치인과 방송사의 양측의 요구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정치인들은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며 이미지 쇄신에 나서고, 방송사는 정치인을 앞세우며 특화된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양자의 이익이라는 얘기다.
정 평론가는 그러면서 “대개 정치인을 내세운 프로그램은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며 소통을 강조하지만 사실상 현실정치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며 “다만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혐오가 이 같은 프로그램을 계기로 재고될 수 있다”고 봤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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