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8> 감추어진 승부 (52)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한편, 류자샤 협곡에 위구르 식으로 쳐놓은 텐트 안에서 강유리와 예원희, 그리고 이복 형 도형철을 만난 거성의 도종호 상무는 즉석에서 재벌2세의 재가를 받아낼 수 있었다. 소위 남과 북에서 동시에 골프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방안에 합의를 이끌어내자는 결의였다.

“늦어도 3개월 안에 우리 거성에서 충분히 예산을 확보해 놓겠습니다.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평양 인근에 3개의 골프장과 골프텔을 짓고, 골프장 건립이 완성되는 대로 PGA 급 골프대회를 개최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습네다. 역시 재벌가문의 후계자와 직접 막닥뜨려서 호상 간에 담화를 나누니 손쉽게 끝장이 납네다 그려. 그럼 우리 당에서는 어드러케 보답을 해야 합네까?”

“이번 선거기간에 남쪽으로 훈풍을 불어주시면 됩니다. 그뿐입니다.”

“거성이 미는 대선주자에게 훈풍을 불어대란 말이디요?”

“우리 쪽 대선 주자께서 남북 관계조율과 개선에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걸 전 국민이 알 수 있도록 기획해 주십시오.”

“좋습네다. 그거이가 거성 왕회장님의 뜻이기도 하디요?”

“물론입니다.”

재벌2세와의 협상이 순조롭게 끝나자 도형철은 눈물을 글썽였다. 이제 북으로 돌아가게 되면 당 서열이 서너 단계나 오를 것이 분명했다. 그러면 제 6사단장의 눈꼴 시린 모습을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될 터.

“이 모든 거이가 동생 덕분이디.”

그는 거성의 상무로 재직하고 있는 도종호의 손을 뜨겁게 맞잡았다. 아무리 이복동생이라 해도 반쪽엔 같은 피가 흐르는 법이다. 이런 걸 형제간의 사랑이라고 하겠지.

아마도 그 순간 모두가 감격에 젖어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강유리는 여기에서 회합을 끝낼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친 김에 은근히 한 발 더 내딛자는 생각, 이를테면 낙타 코 전법을 써야할 때라고 생각했다.

“우리 예원희 양께서는 북한 사진작가라고 하셨지요?”

“고렇습네다. 이번 자동차 경주대회의 사진을 잘 박아서 조국 땅에 널리 선전하기 위해 특별허가를 받고 중국으로 나왔습네다.”

“익히 잘 알고 있지요. 그런데,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자동차 경주 모습만 찍지 말고 좀 더 특별한 사진을 찍어서 북녘에 널리 알리면 어떨까요?”

“어드렇게 말입네까?”

낙타 코 전법… 대상을 따라 줄지어 가던 낙타가 겨울철 추운 사막에서 밤을 지새울 때, 상인들은 낙타 똥을 때워 난방을 한 텐트 안에서 따뜻하게 숙면을 취한다. 그때 낙타란 놈이 코를 슬쩍 텐트 안으로 들이민다는데…

그때 단호히 나무라며 낙타 코를 밀어내지 않으면, 낙타란 놈은 은근슬쩍 대가리를 텐트 속으로 밀어 넣고 살며시 눈치를 본다. 아마 그때쯤이면 상인들은 깊이 잠들어 있을지도 모르겠지. 그러다보면 나중엔 낙타란 놈이 온통 텐트를 차지하고 상인들은 밖으로 밀려 한데에서 떨며 잠자더라는 얘기.

“자동차 경주를 배경으로 해서, 내가 비키니 입고 골프 치는 장면을 함께 찍는 거예요. 어차피 오늘 합의된 내용대로 장차 북녘에 골프바람을 일으켜야할 텐데 얼마나 좋아요? 님도 보고 뽕도 따는 일 아닐까요?”

강유리는 줄줄 외우듯 대답했다. 어차피 요즘 행하던 짓이었으므로, 차린 밥상에 젓가락 한 짝 더 얹어놓는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웬걸, 예원희와 도형철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감탄해 마지않았다.

“고거이 왔다로군. 이제 조선 땅에서 에미나이들이 반 쯤 벗고 꼴푸를 칠 때도 됐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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