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교사가 고교생들에게 작문 숙제를 내줬다. ‘지난 주말에 한 일’이 주제다. 그런데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물은 ‘플로베르 국립(고등)학교’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만든다.
“지난 일요일, 나는 피자 먹고 TV 보고 놀았다” “토요일 부모님에게 스마트폰을 빼앗겨 화가 났다”는 등의 어이없는 글들에 중년의 문학교사 제르망(파브리스 루치니 분)의 짜증이 치밀어오를 순간, 한 학생의 에세이가 눈길을 잡는다. 말이 없던 조용한 학생 클로드(에른스트 움하우어 분)의 작문이다. 자상해 보이는 아버지, 미모의 어머니를 가진 완벽한 가정의 친구 ‘라파’의 집을 지난 주말에 드디어 가 보게 됐다는 이야기다. 아름다운 친구 어머니 ‘에스더’(엠마누엘 자이그너 분)와 만나는 장면이 관능적이고 매혹적으로 묘사가 됐다. 과연 무슨 일이 펼쳐질까? 야릇한 흥분과 전율을 전하며 전개되던 클로드의 친구집 방문기는 마지막 “다음에 이어진다”는 문장으로 끝맺는다. 제르망이 보기에 어휘력, 철자법이 완벽한 것은 물론이고, 행간에 긴장과 호기심을 부려 넣은 문학적 재능이 놀랍다. 한때 작가를 꿈꾸던 제르망은 클로드의 글에 사로잡히지만 글 내용에 대한 도덕성을 이유로 클로드에게 경고한다. 하지만 다음 ‘형용사’ 숙제에 클로드는 친구집 방문기 2편을 써 내고, 역시 글의 끝에는 “다음 편에 계속”이라는 문장이 덧붙여져 있다. 제르망은 클로드의 글에 더 이상 멈출 수 없는 호기심을 느낀다. 제르망은 지도를 빙자해 클로드에게 작문을 계속하도록 교묘히 부추긴다. 클로드의 글은 갈수록 농밀해진다. 중년의 여인을 향한 소년의 욕망은 뜨거워지고 과감해지며, 제자의 글을 통해 다른 가정의 사생활을 훔쳐보게 된 제르망의 시선도 한층 집요해진다. 이 작문의 끝에는 과연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
프랑스의 거장 프랑스와 오종 감독의 신작 ‘인 더 하우스’는 작문 숙제를 매개로 한 한 중년 문학교사와 문학적 재능이 뛰어난 한 고교생간의 기묘한 관계를 그린 코미디영화다. 사춘기 소년의 성적 판타지와 엿보기를 즐기는 교사의 욕망, 완벽해 보이는 한 중산층 가정의 속사정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유머러스하고 에로틱한 느낌을 자아낸다.
영화 속에서 소년은 이야기를 계속하고, 유일하고도 가장 중요한 독자인 제르망은 이야기를 욕망한다. 과연 사람들은 왜 이야기를 원하고 지어내는 것일까. 이야기란 ‘내가 모르는 남의 사정’, ‘은밀히 감춰진 신기한 진실’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엿보기, 관음증과 관계 돼 있으며, 그런 한에서 스토리텔링은 선정적이고 관능적인 행위다.
영화 속에서 소년은 엄마 없이 장애인 아버지와 사는 학생인데, 작문을 쓰게 된 이유를 부족한 것 없이 완벽하게 보이는 친구의 집에 매혹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교사인 제르망은 스스로 실패한 작가로서 재능에 대한 좌절감 때문에 더욱 글을 잘 쓰는 제자에게 집착한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이야기를 지어내고 즐기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결핍을 메우려는 욕망’인 것이다.
마치 우디 앨런을 연상케 하는 제르망 역의 파브리스 루치니, 이웃의 매혹적인 여인을 연기한 엠마누엘 자이그너, 그리고 순진한 얼굴 뒤에 숨겨진 은밀한 욕망과 예민한 사춘기의 감성을 보여준 클로드 역의 에른스트 움하우어의 연기 앙상블이 돋보인다. 4일 개봉. 15세 관람가.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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