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의 격랑에 휩쓸린 수출 한국호의 성장동력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40여년 전 주변의 거센 반대를 뚫고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고, 황량한 모래사장에 세계 최대 조선소를 짓던 지도자의 선견지명과 뚝심이 그립다.

오는 7일이면 경부고속도로가 완공된 지 43년이 된다. ‘혈세 낭비’란 비난 속에 77명이 희생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반백년 가까이 대한민국의 대동맥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1973년 7월 3일은 포항제철소 제1고로가 준공된 날이다. 여기서 생산된 ‘쇳물’은 경부고속도로와 함께 철강ㆍ조선 등 우리 중추산업을 키운 ‘쌀’이 됐다. 세계 1위의 한국 조선 신화는 42년 전 딸랑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짜리 지폐 한 장으로 영국의 해운ㆍ금융가를 설복시킨 불굴의 기업가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뚝심으로 정치 지도자와 기업가들은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다. 덕분에 헐벗고 굶주리던 대한민국은 당당히 세계 10위 경제권 반열에 올라섰다.

그러나 40여년이 지난 지금, 내우외환의 격랑에 휩쓸린 수출 한국호의 성장동력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한때 우리 수출액의 10% 이상을 차지하던 조선은 올 상반기 수출 증가율이 0%대에 그칠 전망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던 화학ㆍ정유도 셰일가스 혁명과 중국의 긴축정책에 발목이 잡혔다. 철강도 세계적인 공급 과잉으로 달러벌이가 영 신통치 않다.

그나마 잘 나가던 삼성전자의 스마트폰도 성장성이 정점에 달했다는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스마트와치 등 남들보다 한발 앞선 혁신 제품으로 정면돌파하지 않으면 언제든 노키아나 소니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더욱이 우리 정부가 미래 성장 엔진으로 육성 중인 로봇ㆍ우주항공 분야는 미국, 일본에 비하면 코흘리개 걸음마 수준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리 경제가 처한 대외 여건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 ‘엔저ㆍ버냉키ㆍ차이나’ 등 3대 쇼크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계 제로’ 상태다.

더 큰 문제는 G2(美ㆍ中)의 출구전략에 따른 후폭풍이 이제 막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중국이 신용 버블을 막기 위해 돈 줄을 죄고, 미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푼 3조달러를 본격 회수할 경우 한국처럼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버텨낼 재간이 없다.

이명박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박근혜정부도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메가톤급 악재에 시달리다 허망하게 임기를 마칠 수도 있다.

상시화(常時化)되고 있는 글로벌 경제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계 최고 경쟁력을 키우는 길밖에 없다. ‘제2, 제3 한강의 기적’을 이끌 새로운 경제 대동맥을 뚫고, 쇳물보다 더 뜨거운 새 산업의 불씨를 살려내야 한다.

경제 맥박은 꺼져가고 있는데, NLL 등 과거 망상에만 사로잡혀 있는 정치권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 대통령만이라도, 소모적 정치 논쟁에 휘둘리지 말고 향후 40년간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새 먹거리 발굴에 올인하라. 40여년 전 주변의 거센 반대를 뚫고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고, 황량한 모래사장에 세계 최대 조선소를 짓던 지도자의 선견지명과 뚝심이 그립다.


jym6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