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런 (‘제한상영가’ 등급판정) 시비 보다 개봉을 피가 마르게 기다리는 배우와 스탭들을 위해 또 굴종적으로 자를 수밖에 없고 문제제기를 한 장면 중 12컷 약 50초를 잘랐으며 이제 영등위에서 주장하는 직계 성관계로 볼 장면은 없습니다. (…) 영등위를 통해 일방적으로 모자성관계 영화라고만 알려져 영화의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되었으므로 심의 문제와 상관없이 다음 주 기자 평론가 문화부관계자 등을 모시고 영화의 가치와 제한상영가에 대한 찬반 시사회를 할 것이며 영화를 본 장소에서 바로 현장 투표를 해 30프로가 반대하면 재심의 결과와 상관없이 개봉을 안하겠습니다”(김기덕 감독)

“영화 ‘명왕성’은 현재 극장가에서 상영되고 있는 블록버스터 외화와 대작 한국 영화들에 밀려, 제대로 된 상영회차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관객들을 만나보기도 전에 자동 폐기처분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명왕성’ 제작사 SH필름)

한국영화계에서 ‘작은 영화의 큰 상상력’과 ‘검열권력’, ‘배급권력’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영화계의 고질적인 문제이지만 특히 최근엔 한국 최초로 세계 3대 국제영화제 최고상(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세계적 거장으로 인정받은 김기덕 감독의 신작과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언급으로 작품성에서 국제적인 인정을 받은 신수원 감독의 ‘명왕성’을 두고 논란이 불거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윤리성과 공공성을 내세워 작품에 사실상 ‘메스’를 강요하는 영상물등급위원회(위원장 박선이)의 ‘검열권력’과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국내 극장시장의 흥행판도를 좌지우지하는 주요 영화사의 ‘배급권력’이 작은 영화의 창의적인 상상력을 가로막는 것이 아니냐는 영화계의 반발이 크다.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는 지난 6월초 첫 심의에서 직계간 성관계를 묘사하는 등 비윤리적, 반사회적인 표현이 있다는 이유로 제한상영가 등급으로 판정됐다. 이에 김기덕필름은 1분여 가량을 삭제 및 수정해 재심의를 요청했으나 지난 15일 영등위는 다시 한번 제한상영가로 분류했다. 김기덕 감독은 영화 속에 일부 장면을 잘라내 세번째 심의를 요청하는 한편, 영화 기자ㆍ평론가ㆍ정부관계자들을 초청해 영등위의 등급판정 정당성을 묻는 초유의 ‘찬반 시사회’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레오카락스 ‘홀리 모터스’의 제한상영가 판정(일부 수정 및 삭제 후 청소년관람불가), ‘명왕성’ 청소년관람불가(재심의에서 15세로 조정) 등으로 영등위와 영화계의 갈등은 잇따르고 있다.

한편, ‘명왕성’은 지난 11일 80개 스크린에서 개봉했지만, 제작사측은 대작 외화와 한국영화에만 좋은 상영시간을 몰아주는 극장의 관행에 의해 ‘명왕성’은 관람이 용의하지 않은 오전과 심야 시간대에만 상영되는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여름 성수기 국내외 대작들의 흥행경쟁이 과열되면서 메이저 영화투자배급사가 자사 영화에 지나치게 유리하게 상영관이나 상영시간을 몰아주고 개봉전 대규모 유료 시사회를 여는 등 작은 영화의 상영기회를 빼앗아가는 관행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