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계의 거장을 죽음으로 내몰 수밖에 없는 업계의 현실이 진정으로 안타깝다”
지난해 최고의 히트작이었던 ‘해를 품은 달(MBC)’을 연출한 김도훈 PD는 김종학 PD의 죽음을 이렇게 한탄했다. 한국연기자노동조합의 문제갑 의장은 “김종학 PD 역시 잘못된 외주제작시스템의 가해자이자 피해자”라며 “기라성 같은 스타감독이었지만 그 역시 외주제작 시스템에 대한 이해는 부족했다“고 말했다. 한국 드라마사를 새로 쓴 거장 김종학 PD의 죽음 이후 드라마 제작환경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들이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지난해 방영된 김종학 PD의 복귀작 ‘신의(SBS)’는 100억원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 드라마였다. 하지만 김희선 이민호를 비롯해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은 총 6억4000만원에 해당하는 개런티를 받지 못했다. 비단 ‘신의’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연노에 소속된 연기자들은 총 31억7400만원의 출연료를 받지 못했다. 출연료 미지급 드라마는 KBS ‘도망자’ ‘프레지던트’, MBC ‘아들녀석들’, SBS ‘신의’ ‘더 뮤지컬’, SBS플러스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 총 9편이다.
출연료 미지급 사태는 한국 드라마의 후진적인 제작환경이 불러온 결과물이었다. “기형적인 외주제작 시스템이 만들어낸 산물”로 갑을논리가 지배하는 제작구조와 부실한 외주제작사의 난립이 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방송법상 현재 지상파 드라마의 60% 이상은 외주 제작으로 만들어진다. 제작규모는 나날이 커져 최근엔 편당 3억원 수준의 제작비를 들여 드라마를 만든다. 이 때 제작사는 방송사로부터 전체 제작비의 40~50%를 지급받고, 나머지 50%를 충당한다. 제작사가 충당할 비용에는 드라마에서 해당업체가 협찬사임을 알리는 ‘협찬고지 광고’를 통해 해결된다. 이 비용은 대개의 경우 100% 제작사의 몫이지만, 사실상 드라마 방영 이후 판단할 수 있는 ‘미래결정’ 수입이라는 점에서 제작사는 마이너스 50%인 상태에서 제작에 돌입한다. 박상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총괄팀장은 이에 대해 “방송사는 협찬 고지 광고는 물론 해외판권 판매 수입분배 등 미래에 발생할 예산까지 제작비로 계산해 50%를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작단계부터 열악한 현실이지만, 종영 이후에도 드라마의 판권 등 모든 권한은 방송사에 귀속돼 외주제작사들의 불만도 높다.
‘신의’ 역시 마찬가지의 경우다. 막대한 제작비가 들었지만 한류기운이 잠잠해지며 해외 판매가 쉽지 않았고, 시청률도 초라했다. 사극이었던 탓에 제작비 충당의 일등공신인 간접광고(PPL) 유치도 한계가 있었다. 당연히 심각난 자금난에 시달렸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김종학 감독으로서는 큰 절망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사전제작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현재 국내 드라마 제작환경은 방송 3개월 전 편성이 확정되면 그제야 제작을 시작한다. 일차적으로 ‘편성전쟁’이 먼저인 ‘선편성 후제작’ 시스템이다. 이에 제작사들은 편성을 따내기 위해 A급 스타와 작가 섭외에 더 주력하게 된다. 방송사의 입장에선 “엇비슷한 콘텐츠라면 스타 작가와 톱배우들의 조합에 기본 시청률이 나온다”고 판단한다. 톱스타들이 출연해야 드라마 방송 전후 광고의 양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이 광고로 인한 발생비용은 모두 방송사의 몫이다. 드라마 한편에서 광고가 완판되면 회당 3억5000만원에서 4억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그러니 편성권력을 가진 방송사에선 톱배우를 앞세운 제작사를 우선해 특별한 검증 없이 편성을 주게된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한연노는 “출연료 미지급은 불량 외주제작사에서 많이 발생한다”며 “신생외주제작사들은 톱배우와 스타작가를 앞세워 편성을 따낸다. 방송사는 특별한 검증 없이 편성을 준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상황에 방송사는 자신들의 수익구조에 문제가 없으니 부실한 제작여건으로 인해 “출연료 미지급 사태가 발생해도 뒷짐만 쥐고 있는 경우다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문제갑 한연노 의장은 “마이너스인 상태에서 드라마가 제작되다 보니 1차적으로 출연료와 스태프 비용 등의 필요경비를 줄이고, 간접광고(PPL) 계약을 통해 부족한 제작비를 충당하게 된다“며 ”출연료의 경우 월초에 방송이 나가면 다음달 말에 주는 관행이 있는데, 방송을 끝내놓고 결과물이 제대로 안 나오면 부도를 내고 도망가버리는 제작사가 많다. 그래서 미지급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편당 4000만~5000만원을 상회하는 스타작가, 배우들의 개런티의 경우 한정된 제작비에서 우선적으로 지급한다.
후진적인 드라마 제작환경 전반을 손보기 위해 외주제작사와 한연노를 포함한 업계 관계자들은 “드라마 제작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꾸준히 목소리를 높여왔다. 불량제작사에 편성을 주는 방송사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외주제작사 등록제 형태로 바꾸고, 방송사와 제작사가 갑을관계 아닌 상식적인 제작관계(50% 공동출자개념)로 바꾸자는 내용이 포함된 표준외주제작계약서 제정을 시행 중이다. 양측은 일년간의 줄다리기를 거쳐 어느정도 합의를 도출했고, 정부는 8월 중으로 표준계약서(표준방송출연계약서, 표준외주제작계약서) 제정을 고시할 계획이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옥택연 25억에 낙찰받은 그집, 75억이 됐다…류현진 부부도 사는 강남 고급빌라 [초고가 주택 그들이 사는 세상]](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4/news-p.v1.20260904.6851255acf834221b5039de0a2498eb5_T1.jpg?type=h&h=240)
![4000만원 낼 세금을 1억 넘게 물다니…‘상속세 0원’이라도 꼭 신고해야 하는 이유 [이세상]](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news-p.v1.20260903.e72e37cbc9ac475abd6197c15b096a38_T1.png?type=h&h=240)
![앤트로픽 IPO는 시작일 뿐…AI 모델 ‘골라주는 시장’ 커진다 [서학개미 주식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rcv.YNA.20260813.PRU20260813276001009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