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90회> 감추어진 승부 14
한편, 시안에서 란저우로 향하는 험한 산길에는 뜬금없이 클래식 명차들이 줄지어 달리고 있었다. 유민 회장에게 30억원이란 큰돈을 받고 그 대가로 진시황릉 앞마당에 하룻밤 동안 주차해 놓았던 클래식 카 동호회원들의 차량행렬이었다.
단 하루 만에 30억원을 챙긴 그들은 차제에 랠리 선수들을 따라 고비사막을 횡단하기로 즉석 결정을 내리고야 말았던 것이다. 왜냐고? 심심해서였다. 아울러 기자들의 관심을 끄는 재미도 쏠쏠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우리가 차를 끌고 나온 목적이 중국 퍼레이드 아니었습니까? 그건 곧 뚜렷한 행선지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지요. 이왕에 랠리 팀과 인연이 맺어졌으니… 우리도 랠리 흉내 좀 내보면 어떨까요?”
“회장님 뜻대로 하시지요. 그렇지 않아도 ‘빌라 데스테’에 참가하려면 엔진의 때 좀 빼야 하거든요.”
이렇게 해서 시작된 퍼레이드 행렬이었다. 그러나 내심으로는 ‘빌라 데스테’ 참가보다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즐기자는 낌새가 역력했다. 워낙 세계적으로 유명한 클래식 명차들이 줄지어 모여 있다 보니 기자들이 그 주위에 바글바글 끓었기 때문이다.
‘빌라 데스테’란? 원래 ‘콘코르소 델레간차 빌라 데스테 2014 대회’를 일컫는 말이었다. 전 세계 클래식 카 경연대회로서 유명한 대회인데, 생산된 지 100년이 훌쩍 넘은 그 차들로 퍼레이드를 벌이는 것이 대회의 핵심이었다.
“대회 날, 애마의 엔진과 변속기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근육 단련 좀 시켜야겠지요. 까짓 거, 사막인들 어때요? 한번 달려봅시다.”
클래식 카의 주인들은 대부분 부자였다. 웬만하면 5억원, 좀 괜찮다 싶으면 10억원, 멋지구나 싶으면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클래식 명차들을 끌고 고비사막을 달리다니… 돈이 한없이 많다 보면 이런 짓도 쉽게 하는 모양이다.
어쨌거나 그런 연유로 세계적인 클래식 명차들이 란저우로 모여들게 된 것이다. 이탈리아의 옛 브랜드 ‘이소타 프라치니 타입 8A’를 선두로 명차들이 줄을 이었다. 그 차는 1930년 형이므로 사람으로 치면 80살이 넘은 럭셔리 노인이었다.
그 뒤로 1938년 형 ‘롤스로이스 레이스’가, 또 그 뒤로 1928년에 생산된 초기 벤츠의 대표적 스포츠 카 ‘메르세데스 벤츠 680S’가 줄을 섰다. 역시 그 뒤로는 1937년 형 ‘BMW 328 스포르트 카브리올레’가, 또 그 뒤로는 1949년 형 ‘재규어 XK120 로드스타’가… 또 그 뒤로는 1964년에 생산된 ‘페라리 250LM’이, 또 그 뒤로는….
황량한 중국 땅에서 럭셔리 노인에 해당하는 명차들이 줄을 서서 달리고 있었으니 어찌 언론에 보도가 되지 않으랴. 그나마 한 대에 400억원을 호가한다는 ‘부가티 57SC 아틀란틱 쿠페’가 따라 나서지 않은 것만 해도 큰 다행이었다.
‘어머나, 이건 또 뭐지?’
상하이에서 란저우로 향하는 새벽발 동방항공에서 무려 다섯 시간을 졸다 내린 강유리는 그 행렬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가 졸린 눈을 비비며 란저우 공항을 나섰을 때 마침 그 클래식 카 행렬이 그 앞길에서 퍼레이드를 벌이는 중이기 때문이었다.
전설의 명차들이 우아함을 뽐내며 달리는 모습에 그녀는 그만 넋이 빠지고야 말았다. 펄이 담긴 핑크색, 광채가 도는 코발트블루, 형광 빛이 찬연히 감도는 노란색! 아, 그 아름다움에 어찌 넋을 놓지 않으랴.
“스톱, 스톱!”
그녀는 무작정 그 차량의 퍼레이드 행렬을 가로막아 서며 고함을 질러댔다. 세계적인 부호라 한들 쥐불놀이하듯 핸드백을 빙빙 돌리며 길을 막아서는 그녀를 어찌 할까.
선두를 달리던 ‘이소타 프라치니 타입 8A’가 부드럽게 제동을 걸며 강유리 앞에 멈춰 서자 뒤따르던 전설의 명차들이 차례대로 정지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그녀 앞으로 수백, 수천억원을 소유한 부호들이 맥없이 멈춰 섰던 것인데, 그들은 눈앞에서 원을 그리며 빙빙 돌아가는 핸드백을 멍청히 바라보기만 할 따름이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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