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현경ㆍ이슬기 기자] 12일 오후 5시께 서울 노원구의 한 어린이공원. 100명이 넘는 중ㆍ고등학생들이 공원을 둘러싼 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교복을 입은 이들은 어른이 지나가도 아랑곳하지 않고 흡연을 계속했다. 어린이가 아닌 청소년이 점령한 공원은 ‘담배공원’으로 불리고 있다.

오후 9시께 동대문구 청량리역 광장에서도 10대들의 담배 연기가 피어올랐다. 수많은 인파가 오가는 광장에서 청소년들은 욕설을 하며 줄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주변의 시선은 전혀 의식하지 않고 되레 당당한 모습이다.

공원, 광장 등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공공장소에서 흡연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자치구들은 앞다퉈 금연구역을 지정했지만 유명무실이다.

주범은 10대들이다. 어른이나 아이들은 공공장소를 이용하지도 못하고 눈살만 찌푸리는 상황이다.

노원구에 거주하는 홍모(72ㆍ여) 씨는 “손주들을 데리고 공원에 놀러나갔다 청소년들이 몰려오면 겁이 난다”면서 “금연구역이라고 현수막이 걸려 있는데도 학생들은 계속 담배를 피우고 단속도 안 되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청량리역 근처에 사는 김모(51) 씨는 “광장에서 학생들이 흡연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며 “보기에 안 좋지만 봉변을 당할까봐 훈계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청소년들이 공공장소에서 거리낌없이 흡연을 하는 것은 경찰에 적발되더라도 미성년자라 법적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종종 청소년 흡연 관련 민원이 들어와 출동하지만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다”면서 “청소년들도 이같은 허점을 알고 오히려 대든다”고 설명했다.

구청은 지방자치법에 근거해 청소년이라도 과태료 처벌을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단속 자체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

동대문구의 경우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공공장소가 198곳이지만 흡연 단속 요원은 2명에 불과하다.

경찰 관계자는 “미국 등에서는 청소년이라도 법을 어기면 처벌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적인 제도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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