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34회> 바람에 맞서는 법 23

화끈한 CF 촬영을 위하여… 브래지어 끈이 잘 풀리도록 매듭을 조절하는 강유리의 심정을 알기나 하는지, 마사지 숍의 밀실에서 신희영을 닮은 24번 아가씨와 마주앉은 강준호는 길게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역시 비키니 차림인 24번 아가씨와는 처음이자 두 번째 만남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겉으로 만난 것은 두 번째지만 속 깊이 만나는 자리는 처음이라는 뜻인데…

“어제 밤엔 말이야 조무래기들을 서너 명씩이나 달고 왔기 때문에 자네와 속궁합을 맞춰보지 못했다고. 내가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알아? 그 놈들 참, 눈치들이 형광등이라서… 오늘 단 둘이 마주보니 참 예쁘구먼, 24번 아가씨, 띵호와!”

“띵호? 띵하오?”

“비키니 몸매가 물 찬 제비 같다고! 넘버 원!”

“쑤이 라이? 한궈렌?”

한국말을 모르는 중국 아가씨와 중국말을 못하는 한국 아저씨가 만났으니 대화가 통할 리 없었다. 하지만 대화를 통할 필요도 없는 자리였다. 마사지를 잘하는 중국 아가씨는 어딘가 뼈마디가 시린 것 같은 한국 아저씨에게 정성을 다해 온 몸에 기름칠부터 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뼈마디가 시린 것처럼 보이던 한국 아저씨는 사실 뼈마디가 시려서 여길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뼈마디가 시리기는커녕, 오늘 낮에 다녀온 톰슨 골프장에서 드라이버로 250미터씩이나 뻥뻥 공을 날려대지 않았던가.

“1,2,3,4… 이,얼,산,쓰… 그러면 24번은 어떻게 읽는 거야? 얼쓰라고 하나?”

“얼쓰?”

스무 살이나 되었을까? 24번 마사지 걸인 그녀가 자그마한 손바닥에 기름을 바른 채로 조물조물 온 몸을 쓰다듬고 어루만질 때마다 강준호는 어금니를 앙다물어야만 했다. 그녀의 매끈한 손바닥이 종아리를 조물대다가 허벅지 안쪽을 슬쩍 건드리기라도 하면 지겟작대기가 뜨끈해지는 것이 영…

“얼쓰야! 사람 미치겠다.”

“얼쑤? 덩더꿍?”

한국방송을 자주, 그리고 유심히 보았던지 24번 아가씨는 강준호의 말을 ‘얼쑤, 덩더꿍!’ 하는 국악의 추임새로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아직 마사지 초반 단계라서 그녀는 강준호를 엎어놓은 채로 마사지 중이었는데…

웃음을 억지로 참아가면서 기름칠한 손바닥으로 온몸을 비비던 그녀가 엉덩이 윗부분을 마사지하기 위해 가운 아랫자락을 허벅지 위로 슬쩍 올렸을 때, 강준호는 드디어 신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얼쓰야! 나 좀 살려주라.”

잠자는 사자 코털을 건드렸으니 한 번 하자는 의도였다. 그가 끙! 하며 몸을 뒤집어 바로 눕자 웬걸, 반쯤 벗겨진 가운 틈으로 지겟작대기가 용틀임을 하고 있었으니…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24번 얼쓰 아가씨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와중에 들고 있던 기름통을 강준호의 몸에 쏟아 붓고야 말았으니 순식간에 그의 아랫도리는 기름범벅이 되고야 말았다.

보기보다 24번 아가씨는 노련했다. 상대의 의중을 충분히 알아챈 그녀는 즉시 마음을 추스르고 무언가 장황하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말이 통해야 알아듣지… 오히려 벙어리 수화 하듯이 양손을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섹시하게 여겨질 따름이었으므로 강준호는 대뜸 그녀의 브래지어 끈을 풀어내고야 말았다.

“얼쓰야, 한 번만… 여기 백 달라!”

백 달러면 되지? 그는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달러를 꺼내기 위해 가운을 뒤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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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