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37회> 바람에 맞서는 법 26
낯선 타국에서 공안에게 끌려가 일종의 취조를 받던 중이기 때문이었을까? 강준호의 목소리는 처량하면서도 매우 들떠 있었다. 암담하던 중에 극적으로 신희영과 통화가 이루어졌으니 불 난 호떡집 한가운데에서 119 대원을 만난 기분이었을 것이다.
“신 여사, 나 좀 빼줘요. 웬 놈이 자꾸만 날 감옥에 넣으려고 해.”
그러나 어떤 일이건 타이밍이 맞아야 목적을 이룰 수 있는 법. 강준호는 극적으로 전화를 했지만, 타이밍으로 보면 영 젬병이었다는 말이다.
돌이켜 보건대, 그의 전화를 받기 직전까지 신희영의 오감은 꽃미남 모델인 박박진진의 미끈한 몸매에 온통 꽂혀 있었던 것인데…
“홍보이사, 일단 박박진진 씨를 내 방으로 들여보내세요. 1차 워킹 면접은 합격이야. 이제부터 가까이에서 최종 심사를 해야겠어요.”
“그럼 옷부터 갈아입힌 후에 회장님 방으로 보내겠습니다.”
“그럴 시간이 어디 있어? 내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지 몰라요? 오죽하면 이 늦은 시간에 면접을 보겠어? 당장 내 방으로 들여보내세요.”
“언더웨어만… 입힌 채로요?”
“두말하면 잔소리! 홀랑 벗은 것도 아닌데 뭘.”
신희영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런 상황에 처해 있었던 것이다. 월야침침 야삼경에… 속옷 한 장만 걸친 늘씬한 꽃미남과 빈 방에 마주앉아 이른바 최종 면접을 보던 중이었으니 다른 곳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는 말이다.
불과 1미터 앞에 속옷 차림의 꽃미남을 앉혀놓고 보니 아! 이곳이 바로 낙원이었다. 숨 쉴 때마다 식스팩으로 무장된 그의 복근이 들쑥날쑥, 간혹 심호흡이라도 할 때면 솥뚜껑만이나 한 대흉근이 벌렁벌렁!
‘아! 돌려다오, 내 청춘!’
박박진진이 심호흡을 할 때 그녀가 따라서 심호흡을 한 것이 문제였다. 지나간 청춘이 아쉽기도 하고 사라진 열정이 한스럽기만 했으나… 그래도 아직 신희영의 육체는 탱탱했다. 그녀가 박박진진을 따라 으흐흡! 심호흡을 하는 순간 젖가슴이 부풀어 올라 블라우스 단추 하나가 톡! 튕겨져 나갔던 것이다.
“아이, 이걸 어째. 비싼 옷인데…”
속마음을 박박진진에게 들킨 것 같기도 하고, 민망스럽기도 해서… 그녀는 황급히 몸을 일으켜 단추를 주우려 했다. 그러나 바닥으로 튕겨나간 블라우스 단추는 데굴데굴 굴러가더니 맞은편 소파 틈새로 사라지는 게 아닌가.
신희영은 야구선수가 슬라이딩 하듯이 몸을 엎드려 단추를 움켜잡았다. 어느새 그녀의 모습은 쥐구멍에 앞발을 쑤셔 넣은 고양이 꼴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간신히 단추를 움켜쥐었지만 틈새가 좁아 주먹을 밖으로 빼낼 수는 없었다.
“회장님, 그대로 계세요. 제가 찾아드리겠습니다.”
박박진진의 친절! 이것이 더 큰 문제였다. 하긴 면접 순간에 이런 경우를 당한다면 보릿자루처럼 멍청히 앉아만 있을 수험생은 지구상에 없을 테지만… 어쨌거나 박박진진은 몸을 날려 한 손을 소파 틈새로 밀어 넣었던 것인데.
‘그래, 그래… 그 자세야. 그 자세가 좋아!’
신희영은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순식간에, 그러나 자연스럽게 후배위 자세로 돌입하게 된 그 순간이 어쩌면 그리도 황홀한지… 신희영은 그야말로 낙원의 문턱을 넘어서는 것만 같았던 것이다.
바로 그때, 강준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고 신희영은 그 자세로 휴대폰을 받은 것인데… 뭐가 어째? ‘좀 빼주세요, 웬 놈이 넣으려고 해요’ 라니!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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