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꼬리 자르기’ 같은 꼼수를 구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내부 개혁과 정치 중립성이라는 시험대에 오른 지금 검찰의 처지가 ‘죽은 권력’의 검은 행적을 못 본 척할 만큼 여유로운 처지가 아닌 시기인 탓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였던 최대 국책사업이던 4대강 사업에 범죄의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검찰이 초강력 태세로 4대강 사업 참여 건설사들의 입찰담합 및 비자금 비리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사 16곳과 설계업체 9곳 등 25개 업체에 대해 지난 15일 검사와 수사관 등 무려 200여명의 매머드급 수사인력을 투입해 전국 동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일단 검찰이 표면상 밝힌 수사 범위는 업체 간 입찰담합이지만, 수사가 여기서 끝날 것으로 관측하는 이는 거의 없다. 여러 가지 정황상 비자금, 로비 등 권력형 비리 여부를 캐는 수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폐지된 중수부를 대체할 특별수사의 중추 역할을 하게 될 서울중앙지검이 이 수사를 맡은 것이나, 투입한 수사인력 규모가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검찰은 이번주부터 관련인 소환 등 강제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으로 수사가 번진다면 이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했던 전 정부의 핵심 실세가 잠정 수사대상이 될 것이다.
검찰이 전 정부에 대한 일종의 ‘예우’ 차원에서 ‘꼬리 자르기’ 같은 꼼수를 구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난해 잇따른 검찰 비리로 사상 초유의 검붕 사태를 겪은 뒤 진행하고 있는 내부 개혁의 진정성과 정치중립성을 확인받는 시험무대의 성격이 강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결코 ‘죽은 권력’의 검은 행적을 못 본 척할 만큼 여유로운 처지가 아니다.
검찰이 이 사건과 함께 사활을 걸고 전력을 다해 수사하고 있는 것이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 사건이다. 지난달 18일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자마자 20여명의 특별수사팀을 꾸려 한 달여째 ‘광속’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미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내부 직원과 민간인 요원들을 통해 포털 및 커뮤니티 사이트에 대선 등 정치적 사안에 대해 댓글 작업을 벌여 여론을 조작하려 했다는 사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검찰은 이미 한 차례 소환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조만간 다시 부른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원 전 원장의 사법처리 방침을 굳힌 검찰이 이제 그 ‘윗선’까지 사정의 칼날을 뻗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국정원이 대통령 직속 정보기관인 만큼 윗선의 존재로 MB 정부의 실세를 의심해 볼 만한 대목이다.
국정원의 댓글 공작의 수혜자가 현 정부일 수 있다는 점은 검찰에 부담이 되기보다 정치편향성 논란을 털어낼 수 있는 호재로 작용하는 면이 더 크다. 게다가 수사 성과가 클수록 수사권 조정 문제로 대립해온 경찰의 부실수사와 대비돼 비교우위를 과시할 수 있다. 특히 4월 검찰개혁이란 지상과제를 안고 취임한 채동욱 검찰총장의 첫 작품이라는 상징성까지 고려한다면 검찰이 윗선 수사에 굳이 소극적일 이유는 없어 보인다.
이 같은 검찰의 대형 수사 2건의 ‘교집합’은 ‘MB 정부’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과 이상득, 최시중 등 ‘MB 맨’들의 정권 말 사법처리로 실망한 국민들이 또 한 번 실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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