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점(點)은 예나 지금이나 미술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깨알처럼 작은 점을 툭툭 이어가면서 형상을 만드는 점묘법을 추구한 화가들이 있는가 하면 작은 점들로 추상작업을 하는 작가들까지 점은 미술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이자, 가히 그림의 전부라 할 수 있다. 점들이 모여 선이 되고, 면도 된다.
‘하늘 위의 꿈꾸는 미술관’을 지향하는 서울 여의도의 63스카이아트 미술관(관장 홍원기)이 점으로 이뤄진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Point Dot’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미술에 있어 점이라는 요소가 작가들에 의해 어떻게 활용되고, 어떤 결과물로 귀결됐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따라 점으로 직접 우리 주위의 풍경이나 인물 등 형태를 묘사하거나, 작가의 철학적 사유를 점이라는 요소로 담아낸 회화∙조각 등이 망라됐다. 따라서 전시의 폭과 장르가 매우 넓고 입체적이다.
작가들의 면면 또한 화려한다. 작고작가인 곽인식 김환기 이대원을 비롯해, 이우환 황인기 이동재의 작품이 내걸렸다. 해외작가로는 데미안 허스트,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조선 후기의 거장으로, 진경산수(眞景山水)라는 우리 고유의 화풍을 개척한 겸재 정선(1676~1759)의 ‘금강산도’(고려대박물관 소장) 등도 포함돼 관심을 모은다.
‘Point Dot’전은 서양 근대화가들이 즐겨 쓰던 기법인 점묘법에서 시작해 그림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점이 화가마다 어떤 방식으로 표현됐고,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보여준다. 전시는 점 그리다, 점 찍다, 점 담다 등 모두 세파트로 짜여졌다.
첫번째 섹션인 ‘점 그리다’에서는 점으로 이뤄진 구상계열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점을 이용해 풍경,인물,동물을 표현한 작품이망라됐다. 작은 픽셀, 즉 점을 이용해 우리 주위의 풍경이나 동양의 고전 산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온 황인기의 <해질녘 우포>, 쌀알 또는 콩으로 유명인물 등을 표현해온 이동재가 알파벳 글자로 영화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아이콘-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출품됐다. 이대원의 그림은 햇살이 내리쬐는 사과나무 농원을 밝고 강렬한 점과 색선으로 툭툭 끊어치듯 그린 회화가 나왔다.
얇은 한지표면에 향불로 구멍을 내 작업하는 박지현의 <하나를 위한 둘>, 직접 개발한 플라스틱 블록으로 이 시대 소통이라는 이슈를 다루는 김계현의 조립미술작품 <동물시리즈><가족시리즈>도 만날 수 있다.
두번째 섹션인 ‘점 찍다’에서는 ‘순환과 반복’을 키워드로, 점에 스스로의 철학이나 정신세계를 담거나, 개인적인 경험 또는 사회상을 표현한 추상작품을 모았다. 점화(點畵)라는 특유의 아름다운 추상화를 통해 자연과의 합일, 너와 나의 합일을 이루고자 했던 김환기의 반추상회화 <월광>과 기하학적 추상인 <십자구도>가 이 파트에 포함됐다. 캔버스에 무수히 많은 점을 찍는 행위를 통해 유와 무가 끝없이 반복되는 우주의 원리를 드러낸 이우환의 <점으로부터>, 화지에 담채로 원형의 점을 찍으면서 종이의 물성을 새로운 관점으로 인식한 작고작가 곽인식의 대표작 <무제>도 나왔다.
발랄하고 상쾌한 도트를 반복적으로 이어감으로써 감상자에게 해방을 선사한 쿠사마 야요이의 <무한한 꽃잎>과 밝고 화사한 원색의 원(포인트)을 열과 오를 맞춰 깔끔하게 배치한 데미안 허스트의 <에메틴>도 감상할 수 있다. 세번째 ‘점 담다’ 섹션은 진경산수화 속 미점(米點)을 만나볼 수 있는 코너다. 미점을 능숙하게 다룬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가 여러 점 나왔다. 겸재가 추구한 미점은 나무가 울창한 산의 모습을 빠른 필치로 그리기 위한 것으로, 거장답게 우리의 실경을 유려하게 담아냈다.
겸재의 <목멱산도(木覓山圖)> <망양정도(望洋亭圖)>와, 모두 23점에 이르는 작은 그림을 팔곡병풍에 집대성한 <백납병풍(百納屛風)>을 감상할 수 있다. 금강산의 장대한 준봉을 그린 뒤, 왼쪽과 아래쪽에 미점을 부드럽게 찍어 남성적인 골산과 여성적인 토산을 절묘하게 대조시킨 <금강산도(金剛山圖)>, 지금의 서울 종로구 청운동 일대를 원숙한 필치로 그려낸 <청풍계도(淸風溪圖)>등 미법의 정수를 보여주는 걸작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교과서를 통해서만 소개됐던 이들 걸작 문화재를 대중에게 선보이기 위해 미술관측은 특수조명을 새로 설치하는 등 공을 많이 들였다. 전시는 7월 14일까지. 입장료 성인 1만2000원, 어린이 1만원. 02)789-5663 / www.63.co.kr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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