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만 내딛으면 마약과 범죄의 세계인 가난한 삶으로부터 그를 구한 것은 젊은 부모의 교육열과 미식 축구, 그리고 영화였다. 미국의 신인 감독인 26세의 흑인 청년이 칸을 매료시켰다.

주인공은 제66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데뷔작 ‘프루트베일 스테이션’(Fruitvale Station)으로 초청받은 라이언 쿠글러 감독이다. ‘프루트베일 스테이션’은 지난 2009년 샌프란시스코의 오클랜드 지하철역에서 일어난 총격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로, 무기를 갖고 있지 않았음에도 경고 한번 만에 경찰에게 총을 맞고 사망한 20대 흑인 청년 오스카 그랜트의 마지막 하루를 그린 영화다. 지난 15일 개막한 칸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이후 벌써부터 신인 감독의 데뷔작을 대상으로 하는 황금카메라상의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이 영화로 칸에 모인 세계 영화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쿠글러는 자신의 데뷔작의 무대인 샌프란시스코의 빈민지역에서 태어나 드라마같은 성공기를 쓰고 있는 감독이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의 빈민, 우범지대에서 젊고 가난한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외신에 따르면 그의 부모는 미래가 없는 삶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자식에겐 무조건 ‘좋은 학교’를 고집했다. 다행히 라이언 쿠글러는 부모 덕에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었지만, 동네에서도 학교에서도 제대로 적응할 수 없었다. 내일이 뻔한 이웃과는 어울릴 수 없고, 그렇다고 학교 친구들과는 돈이 없어 섞일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은 책벌레가 되는 것 뿐이었다.

그러다가 그에게 희망을 가져다 준 것이 미식축구였다. 그는 미식축구 장학생으로 예술학교에 들어가 영화 수업을 듣기 시작했으며 남 캘리포니아 영화예술학교로 진학했다. 두번째 행운은 2006년 아카데미영화상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관록의 흑인 배우 포레스트 휘태커와의 만남이었다. 자신이 후원할 영화학도를 찾고 있던 휘태커는 라이언 쿠글러와 가진 45분간의 첫 대면에서 기꺼이 멘토가 되기를 자청했다. 휘태커가 제작비 절반을 대고 샌프란시스코 영화계와 선댄스영화제 등이 지원한 끝에 라이언 쿠글러의 첫 영화가 세상에 나온 것이다.

칸 현지에서의 상영 후 기자와 평론가들의 기립박수를 받았으며, 영국일간 가디언은 “관객을 고요히 사로잡는 데뷔작”이라며 별 5개 만점에 4개를 주며 호평했고, “특별한 드라마” “칸에서의 환호” 등 언론의 상찬도 이어지고 있다.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