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1회> 바람에맞서는 법(10)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우리는 어려서부터 4지선다형 문제를 풀면서 자라났다. 간혹 5지선다형 문제를 풀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지금처럼 모두들 훌륭하게 자라난 것을 보면 선다형 문제를 푸는 것이 지식함양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선다형 문제를 푸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았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바로 꽃미남들 사진을 펼쳐놓고 ‘박박진진’ 한명을 고른 신희영의 경우를 빗댄 말이다.

‘왠지 모르게 아쉽단 말이야… 사진만으론 알 수 없어. 얘는 이래서 좋고, 쟤는 또 저래서 좋으니 이거야 원.’

이를테면 욕심이 생겨났다는 말이다. 내가 누군데? 내가 HY 훌 푸드의 신임 여사장 아니겠어? 사장이 사장 마음대로 모델 좀 뽑기로서니… 누가 뭐라고 할 것이냐는 배짱이 생겨났던 것이다.

“이봐요, 홍보이사! 이 모델은 어때?”

박박진진의 사진을 한편으로 젖혀둔 채 다른 사진들을 훑어보던 신희영은 4각 턱이 두드러진 모델사진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홍보이사에게 물었다.

“그 친구는 화면이 받쳐주질 않더군요. 몸은 좋은데 얼굴이 너무 크게 나와서 딱지를 놓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힘이 엄청 좋게 생겼잖아요?”

“네? 우리 회사 제품과 힘 좋은 남자와는… 사실 이미지가 맞지 않습니다만, 좀 전에 지목하신 박박진진도 너무 힘차게 생겨서 저는 좀 꺼리고 있었는데요?”

홍보이사는 가자미처럼 눈을 외로 뚠 채 신희영의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도무지 그녀가 어떤 이미지를 원하는지 아직 감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오로지 힘예요.”

“그래도… 회장님, 우리 회사는 대부분 저칼로리 식품 위주로 생산하고 있지 않습니까? 저칼로리 식품에 관심을 갖는 연령대는 미혼의 젊은 여성들이고… 젊은 여성들은 남자의 힘보다는 젠틀한 매너에…”

“아이, 시끄러워요. 홍보이사가 여자예요? 여자도 아니면서 어떻게 여자들 마음을 속속들이 알아요? 원래 여자들이란 내숭을 떠는 법이에요. 겉으론 젠틀한 매너를 따지는 척 해도 내심으론 힘! 힘을 원한다고요.”

“네, 네. 회장님 말씀을 듣고 보니 역시 남자는 힘이 좋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이 모델은 이름이 뭐예요? 그리고… 몇 살예요?”

“변 강호고요… 스물아홉입니다.”

“변 강호? 이름도 세게 생겼네. 그런데 너무 어리지 않을까?”

“스물아홉이면 모델 시장에선 할아버지입니다.”

“그래도 내 나이가 몇인데…”

“네? 회장님 연세와 모델을 통한 광고제작과 무슨 연관이 있나요?”

“네? 아… 아니에요. 회사 오너가 할머닌데 회사 광고 모델이 너무 어리면 주위에서 입방아를 찧지 않을까 우려해서 한 말일 뿐예요. 하여간 홍보이사께서는 박박진진과 변강호 두 사람에게 당장 연락해서 회사로 오라고 하세요. 최종 면접입니다.”

신희영은 이렇게 얼버무리면서 손짓으로 홍보이사를 내보냈다. 4지선다형 문제를 푸느라 넋이 빠져서 속마음을 드러내다니…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이 절로 새어나왔다.

비록 사진 속에서였지만 어쨌거나 박박진진과 변강호는 끝내주는 몸매를 뽐내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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