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되었다. 비유럽 출신으로 1282년 만에 교황이 된 프란치스코는 선거 기간 중 별 주목을 받지 못했었다. 하지만 새 교황은 파격적인 행보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교황을 영어로 Pope라고 부른다. 아버지라는 그리스어에서 파생된 Papa를 고친 표현이다. 하지만 Papa는 그저 일반명사로서의 아버지가 아니다. Petri Apostoli Potestatem Accipiens(베드로 사도의 권한을 받은 사람)의 앞 철자를 조합해서 만든 것이다. 4세기 제38대 교황인 성 시리치오 때부터 Papa로 불리고 있다는 것이다. 예수의 뜻에 따라 베드로와 그 계승자들을 통해 세워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교황은 12억 가톨릭 교회의 수장이다. 전 세계 가톨릭 교회를 이끌기 위해 로마 한 귀퉁이의 바티칸 시국(市國)에 교황청을 두고 있다. 독립자치국인 바티칸의 주 업무는 가톨릭 교회를 통솔하는 것이지만, 독립국으로서 여러 나라 인류 공동체의 보편적 삶의 질을 개선하고 향상시키기 위해 힘써 오고 있다. 교황 선출이 단순히 종교적인 의미를 넘어서 전 세계의 관심사가 되는 이유이다.
2000년 가톨릭 교회의 역사는 늘 평탄했던 것은 아니다. 세속 권력과 영적 권력의 투쟁, 교회 내부의 분열, 그리고 끊임없이 변환하는 인류 문명을 올바로 이끌기 위해 진력해 왔다. 필요할 때마다 걸출한 교황이 나타나 문제를 해결하고 지구촌이 제 길을 갈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왔다.
지난 100년만 보더라도 교황들이 얼마나 지구 공동체의 삶에 관심을 기울였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레오 13세는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또 요한 23세나 바오로 6세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룰 통해 신앙의 토착화, 갈라진 종교와의 화합 등 가톨릭 교회 쇄신에 힘쓰기도 했다. 우리에게 친숙한 요한 바오로 2세는 공산국가에 신앙의 자유를 내걸고 유럽에서 공산주의 청산에 기여하는 등 새로운 21세기를 여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지금 가톨릭 교회는 신자 수 감소, 성직자들의 성 추문, 여성 사제 임명 문제 등 교회 내부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뿐만 아니라 피임, 동성결혼, 안락사 등 숱한 숙제를 짊어지고 있다. 이런 때에 청빈과 겸손을 몸소 실천해온 새 교황이 탄생했고, 전 세계는 가톨릭이 변하고 세상이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출되자마자 조용하면서 파격적인 행동으로 가톨릭 교회를 어떻게 이끌지를 보여주고 있다.
새 교황이 주보(主保) 성인으로 모신 아씨시의 프란치시코 성인은 청빈을 통해 교회 개혁을 주도한 인물이다. “주님, 저를 평화의 도구로 만들어 주소서”로 시작하는 그의 기도는 사랑, 용서, 믿음, 희망, 기쁨을 모든 사람이 누리고 실천해야 한다는 갈구를 담고 있다. 이 기도처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반목과 분열로 흩어지고 찢어진 지구촌을 사랑이 가득한 공동체로 바꾸는 개혁에 앞장서는 Papa가 되길 전 세계는 기원하며 응원하고 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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