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서지혜 기자] 지난 20일 방송사ㆍ금융권 전산망을 동시에 마비시키는 사이버 공격이 발생하자, ‘10만 해커 양병설’ 등 사이버 군사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세계 주요 국가에서 사이버 전쟁에 대비한 국가 차원의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이 같은 여론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21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 주요 인터넷 관련 기관 조사에 따르면 현재 세계 각국에서 사이버 군사 양성이 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단연 미국이다. 오바마 정부는 지난 1월 사이버공격 증가에 대비해 사이버사령부 소속 전담병력을 수년 내에 5배로 증가시키겠다고 밝혔다. 사이버 전투능력을 증강시켜 적의 공격으로부터 핵심 네트워크를 방어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현재 900명인 사이버 사령부 소속 사이버 보안 전담병력도 수년 내 4900명으로 확대한다.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은 최근 중국, 이란 등과의 ‘사이버 전쟁’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주요 인프라 시설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공격 발생 건수가 2010년 41건에서 2011년 198건으로 4배 이상 증가해, 리언 페네타 국방장관은 현 상황을 “사이버 진주만”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영국 역시 사이버 예비군을 구성해, 사이버전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해 12월 영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사이버 예비군’을 올해 내에 구성할 예정이다.

서방 국가에서 이처럼 사이버 군사력을 증진하자 중국, 북한, 이란 등 경쟁 국가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은 ‘인터넷 기초총부’라는 사이버전 부대를 창설, 미국과의 해킹전쟁에 돌입한 상태며 이스라엘은 정보부대인 유닛8200에게 사이버전에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한편 북한에는 현재 미 중앙정보국(CIA)에 필적하는 1만 여 명의 사이버 테러 전문가가 있으며, 매 해 1000여 명의 해커를 양성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세계 주요 군사국가들이 사이버전쟁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최근 매 해 굵직한 해킹 사고를 겪으면서도 민간업체에 주요 전산망을 일임하고 있어 비난 받고 있다. 국내에서 사이버 공격에 대응할 화이트해커는 고작 200명~ 300명 수준이며, 2010년 사이버전을 전담할 사이버사령부를 창설했지만 이마저도 500명 규모다. 전자정찰국에서 3000여 명의 사이버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국내 보안업계 관계자는 “사이버전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기 때문에 한국도 사이버 전력을 강화해야만 한다”며 “보안 전문가 배출을 위해서 국가적 차원에서 제도 정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