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2011년 대구에서 자살한 중학생의 사건이 시작이었다. 아이의 엄마는 의자에 앉아 그 때의 이야기를 꺼냈다. “저는 대구에서 자살한 중학생 엄마입니다”라는 소개와 함께다. 중학교 교사이기도 한 아이의 엄마는 2011년 그 때를 담담히 떠올렸다. “학교에 있는데 전화가 왔고, 아이가 아파트 화단에 누워있었다”고 했다. 엄마의 눈에 교복을 단정하게 입은 아이는 “편안히 누워 자고있는 것” 같았다. 아무런 외상도 없었기에, 체온은 따뜻했기에 엄마는 갑작스레 다가온 아이의 죽음이 믿기지 않았다. 그리고 아파트 베란다를 올려다보니 “우리집 베란다 창문만 열려있었다”고 한다.
학교폭력에 견디다 못한 아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남겨진 가족들은 아이의 상처를 모르고 지낸 날들에 아이의 빈자리마다 멍이 들어 나을 줄을 몰랐다. 정부와 학교에서는 대구에서 자살한 중학생의 사건을 계기로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방송도 ‘학교폭력의 실상을 들여다보고, 그 원인에 대한 고민을 나누자’며 출발했다. ‘학교의 눈물’이다.
13일 방송된 SBS ‘학교의 눈물’에서는 1부인 ‘일진과 빵셔틀’이라는 주제 아래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어른들은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아이들만의 세계를 담았다.
구성은 엇갈린 시각이었다. 대구 중학생 자살로부터 시작한 프로그램은 그 뒤로 법정에 선 가해학생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다시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그 분노를 가정에서 쏟아내는 피해학생, 그 이후의 시선은 다시 소년법정에 선 뒤 봉사활동 80시간을 명령받은 가해학생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학교는 ‘총성없는 전쟁터’였고, ‘사각의 링’이었다. 아이들은 자의식도 죄책감도 없이 누군가를 괴롭혔다. 그 중에는 전교 상위권에 머무는 학생들도 있었다. 가해학생들은 재판대에 설 때마다 “모르고 그랬다” “다시는 안 그러겠다”면서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
피해학생은 어땠을까. 매일 아침 등교길은 지옥으로 가는 시간일 뿐이었다. 학교에 가면 아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소년을 사냥했다. 아이스크림을 의자에 문지르기도 하고, 교실 뒤로 불러내 해코지를 한다. 이유는, 없다. 피해학생인 정모군은 학교에선 늘 심부름이다. 담배를 사다줘야 하고, 그러다 보니 어린 나이에 담배를 배우기도 했다. 소년은 늘 불안하다. 불안감은 분노도 품게 했다. 학교에서 시달리는 괴로움은 집으로 돌아와 풀기도 한다.
다시 가해학생이다.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 조사에서 학교폭력 피해학생 4명 중 1명은 가해학생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방송에서는 그 학생을 만났다. 왕따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가 되는 ‘폭력의 악순환’이었다. 중학교 시절 내내 왕따를 당했던 한 아이는 자신이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배신하자 친구를 여관방에 감금하고 지속적으로 폭력을 행사했다. 법정에서 눈물을 흘렸지만, 결과는 소년원 6개월행이었다.
학교 안에서의 문제였지만, 방송은 아이들의 잘못만은 아니라고 조명한다. ‘아이들의 세계’인 학교는 어른들의 세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폭력과 범죄로 얼룩진 사회, 권위와 서열이 존재하는 세상이 아이들의 세계에도 고스란히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러니 아이들보다 사회가 먼저, 어른들이 먼저 반성해야 한다.
방송이 전파를 타는 내내 시청자들은 다양한 반응으로 관심을 전했다. “피해자도 가해자도 결국 나이 어린 학생들이다. 아이들에게 기회를 줘야한다”, “학교폭력의 가해학생들을 인생 낙오자로 만드는 주홍글씨는 옳지 않다. 아이들에게 잘잘못을 거론하기 전에 사회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반응이었다. 다른 생각들도 많았다. 방송에 대한 의견이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만드는 것은 결국 학교와가정, 사회 전체의 책임”이라는 데에는 공감하면서도 “가해자와 피해자를 번걸아 보여주며 가벼운 소재 다루듯 하는 것도 문제가 있는 접근이다”는 반응이었다. 그런가 하면 “물론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 고통들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이들도 있다. 심지어 자살한 대구 중학생의 이야기를 서두에 꺼내며 사회적 책임만을 운운하는 것은 피해학생들의 고통에 위안이 될 수 있을까”는 반응도 있었다.
너무도 선명한 대비 때문이었다. 방송 구성상 다소 잔인한 부분이기도 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시작 부분, 대구 중학생이 자살 전 남긴 유서 이야기를 전했다. 아이의 엄마는 “상상도 못했던 내용이라 마치 소설을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고, 아이는 유서에서 그간의 고통을 적으며 “매일 맞는 시절을 끝내는 대신 가족들을 볼 수가 없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부디 제가 없어도 행복하시길 빌게요”라고 했다. 아이의 유서가 나올 때 배경음악으로 흐른 곡은 일본 아티스트 류이치 사카모토의 ‘Bibo No Aozora’였다. 이 곡의 의미는 ‘아름다운 푸른 하늘’이다. 학교라는 정글에 갇힌 아이들에게, 그리고 이 참담함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이들에게 푸른 하늘은 아름다운 모습일리 없다. 너무도 지독한 대비가 잔인한 눈물로 보여진 것이 이날 ‘학교의 눈물’이었다. 이날 방송분은 7.7%(AGB닐슨 집계)의 전국시청률을 기록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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