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경기가 안 좋을수록 높은 보수보다는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공식이다.
세계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되면서 안정성을 대표하는 공무원은 선진국과 후진국을 막론하고 인기 직업군으로 떠올랐다. 낮은 보수에 비해 높은 청렴도를 요구받는 미국에서마저 ‘신이 내린 직장’으로 각광 받으며 공무원 시험 열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재정 위기에 처한 유럽에서는 공무원도 감원 칼바람을 비켜가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만 되면 인생 ‘로또’=인도에서 공무원은 그야말로 인생의 반전을 가져다 주는 ‘로또’ 같은 존재다. 그런만큼 시험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만큼 어렵다. 인도에서 공무원이라 함은 정부기관에서 일하는 하급 관리를 포함하지 않은 고위직 만을 말한다.
이 시험은 21~30세의 대졸자만 응시할 수 있다. 게다가 평생 4회로 제한하고 있어 무턱대고 시험이나 한번 치러볼까는 통하지 않는다. 게다가 예비시험, 본시험, 면접의 3단계를 거치는데 무려 1년의 시간이 걸린다. 선발 인원은 고작 300~600명 수준.
세계에서 가장 어렵다는 인도의 공무원 시험은 그러나 통과만 하면 왕이나 다름없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직급에 따라 관사와 관용차가 나오고, 요리사ㆍ파출부ㆍ기사 까지 국가에서 제공한다. 심지어 가족과 함께 가는 해외경비까지 무료라고 한다. 빈부격차가 큰 인도에서 공무원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올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중국 역시 공무원은 꿈의 직업이다. 과거 ‘톄판완(鐵飯碗ㆍ철밥통)’으로 불리던 중국 공무원은 이제 ‘진판완(金飯碗ㆍ황금밥통)’으로 위상이 더 높아졌다. 경제가 한창 고성장을 구가할 때 잠시 기업으로 인재를 내줬지만, 경기침체와 함께 취업난이 가중되자 공무원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기세다.
중국 공무원의 평균 월급은 480달러(약 51만원) 수준으로 민간기업보다 약간 낮은 편이다. 하지만 기본급 외에 수당, 보조금, 상여금, 의료 및 주택 지원 등 복지혜택이 상당하다. 안정적인 수입과 복지가 바탕이 되면서 공무원은 중산층이라는 이미지가 커졌다.
2013년 국가 공무원 채용 시험에 무려 152만6000여 명이 몰려 응시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은 공무원의 인기가 얼마나 높은지를 반증한다.
미국 역시 2009년 오바마 정권 이후 공무원 시험 열풍이 불고 있다. 당시 3300명을 뽑는 공무원 시험에 30만 명 이상이 몰려 경쟁률이 100대 1이 넘었다. 미국은 주 정부 일반직 공무원의 급여가 2만~5만달러, 고급 전문직은 10만달러가 넘는다. 직급에 따라 급여 차이가 크지만 일반 기업에 뒤지지 않는다.
일부 지역에서는 자율근무제가 도입 돼 일주일에 40시간 만 일하면 된다. 무엇보다 급여의 7%를 연방정부기금으로 출자해 퇴직 후 이 기금에서 높은 퇴직연금과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넉넉한 노후를 보장 받는다.
▶공무원 혜택 이제 그만=하지만 재정적자를 겪고 있는 유럽은 공무원도 더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지난해 이탈리아는 공무원 2만4000명 감원을 발표한데 이어 2014년까지 공공부문에서만 30만 명을 감원할 예정이다. 그리스도 2011년 3만명의 공무원을 감원했다. 아일랜드도 2015년까지 2만3500명의 공무원을 감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만이나 일본의 경우 나쁜 경기에도 불구하고 기존 혜택을 계속 누리고 있어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도 공무원의 인기가 높기는 마찬가지. 일본 공무원은 28~32세 대졸자 기준으로 월급이 26만6000엔으로 일반 기업보다 적지만, 경력이 오래될수록 급여 상승률이 커지면서 40대 중반께는 오히려 공무원이 기업의 급여를 추월한다. 게다가 퇴직 후 받는 연금은 기업에 비해 훨씬 높다. 때문에 최근 일본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에 공무원 급여를 7.8% 삭감하라고 요구했지만 지자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대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공무원과 회사원의 급여 차이가 거의 없는데다, 연 18%의 고정금리를 보장받는 공무원 퇴직연금은 최고의 보너스다. 불황으로 금리가 사실상 마이너스인데다 정부 재정적자도 늘고 있는 상황이어서 특혜 비판이 나온 지 오래다.
한희라 기자/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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