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한국 수출에 이상기류가 뚜렷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교역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드러나기 시작한 수출의 양적 성장 한계가 날이 갈수록 더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부흥의 견인차이자 국가경제의 동력이던 과거 명성과는 반대로 경제성장에 역(逆)손실을 끼친다는 지적마저 제기된다.
원인은 분명하다. 경쟁국들의 노골적인 환율개입에다 중동발 유가하락, 다자무역 시대에 본능처럼 불거진 보호무역도 큰 몫을 차지한다. 이래저래 사면초가(四面楚歌)다. 우리만 그런 것은 아니다. 세계경제 침체로 주요 국가별 무역의 경제기여도 역시 크게 줄어들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70개국의 상품 수출액은 9.1% 감소했다. 중국만 4.7% 늘었을 뿐 미국(-4.6%), 독일(-14.3%), 일본(-6.0%), 네덜란드(-17.7%), 프랑스(-15.0%) 등 주요국 대부분이 큰 폭으로 줄었다.
WTO는 올해 세계 교역물량이 3.3%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저유가 때문에 전 세계 수출입 단가가 평균 11.0%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세계 교역액은 7∼8%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세계교역은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양상이다. 세계교역금액 증가율은 2008~2013년 평균 2.6%로, 1990년대 평균(6.6%)에도 미치지 못한다. 2013~2014년엔 1% 안팎에 머물고 있다.
이 같은 세계 교역 둔화는 무엇보다 세계 1, 2위의 경제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제구조가 내수 중심으로 변하고 있는 것과 연관이 깊은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해외 생산비용 증가와 정부의 유턴 지원 영향으로 제조업체들이 자국으로 복귀하고 있다. 중국은 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과거 수출 일변도의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내수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이로 인해 수입에 의존하던 중간재를 자국 제품으로 대체해가고 있다.
선진국 경기 부진은 한국이 내다 파는 제품에 대한 수요 자체의 위축과 직결된다. 또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 흐름이 두드러지면서 국내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도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 원화의 지난 3월 실질실효환율(2010년 100 기준)은 113.46을 나타냈다. 같은 달 일본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은 70.57이다. 실질실효환율은 명목환율을 상대국과의 교역 비중으로 가중평균해서 물가 변동을 반영해 산출하는 환율로, 이 수치가 100을 넘으면 그만큼 통화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의미다.
양국의 실질실효환율 격차에서도 드러나는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 흐름은 대일 수출에 악영향을 줄뿐만 아니라, 제3국으로의 수출에도 악재가 된다. 특히 일본과 수출경합도가 높은 업종의 타격이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원ㆍ엔 명목 환율이 10%하락시 우리나라 총 수출은 9.2% 감소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당분간 원ㆍ엔 환율은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국내 증시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되며 원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특히 올 들어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2.8% 절상돼 세계 32개국 중에 대만 달러와 스위스프랑에 이어 상승률이 3번째로 높다. 이로인해 양적완화를 통해 화폐가치를 절하시킨 일본을 비롯한 유럽지역 수출에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가 전 세계 보호무역의 표적으로 지목되고 있다는 점도 수출 부진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전 세계 보호무역 조치 4건 중 1건은 한국이 타깃이 되며, 반덤핑 피소 건수도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작년 상반기 기준으로 수입제한 조치를 받은 우리나라 수출액은 120억달러에 달했다. 반덤핑 등 규제를 받은 품목 수출은 2011년부터 2013년 사이에 약 30% 줄었다.
저유가로 주요 수출품목의 단가가 하락하면서 수출액이 크게 줄고 있는 것도 수출 부진의 원인이다. 국제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57.7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4월 104.6달러 대비 절반가량이 떨어진 셈이다.
저유가는 석유제품, 석유화학 산업의 수출액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9억달러, 8억6000만달러 감소했다. 이 두 품목이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6%에 이른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주력 수출시장인 일본, 유럽, 중국으로의 수출 부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 일본, 유럽으로의 수출 부진은 제품 경쟁력 등 비가격 요소를 높이고 중국으로의 수출 부진은 수입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내수시장 변화에 알맞은 수출 상품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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