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분단과 전쟁이라는 역사적 굴곡에 생이별을 경험할 수 밖에 없었던 남북 이산가족과 달리 기러기 가족 등 최근 생겨난 새로운 유형의 이산가족은 주로 경제적인 이유로 자발적으로 가족과의 이별을 택한다. 그런데 이는 가족중심의 경제와 복지가 경제위기를 맞으면서 왜곡된 지극히 한국적인 현상이다.
현재 결혼 적령기인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젊은층은 유년시기였던 1998년 IMF 경제위기를 맞닥뜨렸다. 곧이어 불어닥친 대량 정리해고와 경기불황은 이들의 부모 세대인 베이비붐 세대의 경제력을 급속히 악화시켰다. 자녀의 양육과 교육은 물론 결혼자금까지 부모가 대부분 떠맡아온 한국 사회에서 자라온 20~30대는 경제적 자립을 위한 물질적 기반을 쌓아올리지 못한 상태로 허허벌판에 내던져진 셈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중대형 중심으로 짜여진 부동산 시장과 높은 부동산 가격은 신혼부부가 빚을 내지 않고는 전세 신혼방을 마련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내몰았다. 높은 경제적 벽을 실감한 이들은 굳이 전통적인 가족을 이루며 살기보다 그 비용과 시간으로 자신의 능력 계발과 여가에 투자하며 혼자 생활하는 ‘나홀로족’의 삶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어렵게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낳은 이들도 공교육의 붕괴로 사실상 대부분의 교육을 사교육비로 충당해야 하는 각박한 현실을 마주하면서 “차라리 똑같이 돈을 들일 바에는 보다 나은 선진국의 교육시스템에서 아이를 기르자”는 마음으로 교육이민을 꿈꾸거나 적어도 아빠는 한국에 남아 돈을 벌고 엄마와 아이는 외국으로 조기유학을 떠나는 ‘기러기 가족’의 삶을 택하게 된다.
가족 복지 체제의 붕괴는 노년층도 피할수 없다. 이들은 이미 자녀들을 자기 손으로 뒷바라지해 성공시키느라 정작 자신의 노후자금은 제대로 모으지 못했다. 당연히 자녀들이 자신을 부양해줄 것으로 믿었지만 경제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자녀들도 자신을 부양할 경제적 여유도 없고 자신이 부양의 의무를 지고 있다는 정신적 부채감도 사라진 경우가 많다.독거노인 문제의 뒷편엔 가족 복지시스템의 취약성이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셈이다.
결국 자발적으로 택한 것으로 보였던 신(新) 이산가족 시대도 보편적 복지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한국의 부실한 복지 거버넌스가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그 속에서 살고 있던 개인들에게 강요한 변형된 삶의 형태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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