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기준금리 동결을 점쳤던 금융시장이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라는 예기치 않은 복병을 만나면서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엔/달러환율 상승으로 인한 3차 엔저 가능성, 그리스 디폴트 우려, 수출부진 등 대내외 불안요인에 노출된 한국 금융시장이 메르스라는 변수까지 만나 금리인하냐 동결을 놓고 복잡한 셈법에 빠졌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메르스 공포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이 상당히 진행되면서 한국은행이 오는 11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전격적으로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현수준에서 유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함께 한은이 설혹 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25bp 인하라는 ‘베이비스텝’ 대신 소폭조정하는 선에서 ‘마이크로스텝’을 밟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6월 기준금리, ‘메르스 포비아’ vs ‘금리 포비아’=이달 들어 금융시장에선 ‘메르스 포비아’와 ‘금리 포비아’가 팽팽하게 맞서는 모습이다. 메르스로 인해 내수경기 위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의 실익 계산을 하고 있다는 애기다.

우선 한쪽에선 △엔화약세 및 수출부진 등 취약한 펀더멘탈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제전망(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됐을 경우 올해 성장률을 3.0%로 하향조정)을 토대로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메르스라는 복병은 추가 기준금리 인하 주장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그나마 회복조짐을 보이던 내수 경기가 다시 둔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미국의 금리인상(9월 예상) 전에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인하에 나서 소비심리 위축 현실화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종의 ‘메르스 포비아’다.

하이투자증권 김진명 이코노미스트는 “수출증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동시에 내수 경기에 중국 관광객 영향 등이 커진 현재 한국경제에 메르스 사태는 실물경제에 부담을 주면서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부국증권 이미선 연구원도 이와 관련 “한은은 당초 2분기 중 내수지표가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전망경로를 재차 변경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반면, ‘금리 포비아’ 주장의 요지는 메르스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에 당장 기준금리를 내리면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메르스 파장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이 한시적일 뿐 아니라, 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글로벌 금리가 상승곡선을 그리는 상황에서 그렇다고 일본처럼 기조적인 통화완화 정책도 취하지 않는 한국이 금리를 내릴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여기엔 최근 세차례의 금리 인하 이후 시중 유동성이 확장된 상태에서 추가 기준금리 인하는 오히려 과잉 유동성 우려만 촉발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11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역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근거도 금리동결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이와 관련 최근 ‘인하도 추경도 없다’는 보고서에서 “메르스로 인한 내수 취축 우려가 있지만 적어도 2개월 이상 그 효과가 나타나야 정책의 스탠스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절대적인 물가 상승률 수치는 낮지만 하반기 유가와 자산가격 상으로 인한 기대인플레이션 심리가 회복될 수 있어 추가 기준금리 인하의 명분은 약하다”고 지적했다.

▶6월은 동결 내지 마이크로스텝=다만 현재로선 한은이 6월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6월 하순께에 정부의 하반기 경제운용정책과 함께 추경예산 편성이 예상된다는 점, 그리고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카드는 사실상 한 장 뿐이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좀 더 시간을 벌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선 이와 관련 경제 성장경로를 예상대로 가져가기 위해선 통화정책(금리인하)과 재정정책(추경예산 편성)이 적절하게 이뤄져야 하는 만큼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는 정부의 추경예산 편성 이후에 이뤄질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한은의 전격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은 남아 있다. 메르스 파장이 국정운영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주는 상황에서 이주열<사진> 한은 총재가 마냥 ‘데이타 디펜던트’(data-dependent)를 고집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애기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이번엔 25bp를 한꺼번에 낮춰 이달에 당장 기준금리 1.50% 시대를 열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는 내리되 인하폭을 조정할 수 있다는 애기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전통 방식대로 25bp 내리는 ‘베이비스텝’을 밟는 대신 기준금리를 10~15bp 내려 경기부양 의지를 실어주는 한편, 추가로 기준금리를 더 내릴 수 있다는 정책카드도 남겨두는 ‘마이크로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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