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엘리엇 내달 17일 표대결 9일 300억원 넘게 매수 힘겨루기 준비 과거 헤지펀드처럼 ‘먹튀’ 가능성 장기전땐 3세승계에 영향 미칠듯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문제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크의 ‘딴지’에 장기화 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엘리엇이 다른 나라에서도 소송전을 불사하는 ‘행동주의’ 성향을 보여온 만큼 삼성 그룹과도 ‘장기전’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장기전을 통해 엘리엇의 원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이다. 단순히 기업가치 극대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게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표대결 앞두고 외국인 삼성물산 주식 대량 매입=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9일 하루동안 삼성물산 주식을 34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삼성그룹과 엘리엇의 힘겨루기 과정에서 주가가 추세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엘리엇이 다음달 17일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위한 외국인 투자자 규합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9일은 다음 달 17일 개최되는 삼성물산의 합병 관련 임시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을 살 수 있는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주총에 참석할 주주를 확정하기 위해 11일 주주명부를 폐쇄한다. 이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려면 주주명부 폐쇄일 2거래일 전인 9일까지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 엘리엇이 외국인 주주들과 규합, 삼성물산의 주식가치가 너무 저평가돼 손실 위험에 처했다고 공격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삼성물산 임시 주총에서 참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은 무산될 수 있다. 삼성물산의 외국인 지분은 34%에 달한다.
다음달 17일부터 오는 8월6일까지 예정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에 주식매수 청구액이 1조5000억원을 넘어서면 합병 계약이 해제된다. 이는 삼성물산 지분 17%에 해당하는 규모다.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외국인과 소액주주들이 너도나도 행사에 나서면서 합병은 무산될 수 있다.
▶엘리엇의 행보, ‘먹튀’ 헤지펀드 횡보와 유사?=엘리엇의 최근 행보는 과거 국내 대기업들에 투자했다가 차익만 얻고 떠난 ‘먹튀’ 헤지펀드와 다르면서도 유사하다.
일단 다른 것은 ‘단타 중심의 수익’ 추구는 아니라는 것이다. 엘리엇은 지분을 들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주들의 이익에서 지배구조 개편을 본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대부분의 글로벌 헤지펀드는 단기적으로 들어와 시세차익만 얻고 떠나는 경우가 많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확한 것은 통계를 내봐야 알겠지만 국내에 투자되는 외국인 자금의 20%는 투기성 헤지펀드 자금”이라며 “국내 시장이 잠잠해지고 경기회복 기운이 조금만 보여도 월평균 수천억에서 많게는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들어왔다가 한 두 달 사이에 시세차익을 얻고 빠져나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총 결의로 중간배당‘을 요구하고 특히 삼성물산이 보유한 14조원어치의 삼성전자(지분율 4.1%) 등 계열사 주식을 현물 배당할 수 있도록 정관을 고치라는 내용에는 또다른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이다.
또 엘리엇은 애초 삼성물산 지분을 4.95%만 갖고 있다가 두 회사의 합병이 결의된 후인 지난 3일 지분 2.17%를 추가로 매입했다.한편으론 합병이 삼성물산에 불리하다고 주장하면서 오히려 지분을 추가로 사들인 점은 합병 이슈로 시세차익을 얻고자 함이 아니겠느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영국계 헤지펀드인 헤르메스는 11년 전인 지난 2004년 ‘투자일 뿐’이라며 삼성물산 주식 5%를 사들인 후 우선주 소각 등을 요구하며 경영을 간섭한 바 있다. 당시 외국인 보유 지분율은 20%를 넘지 않았지만 호주 플래티넘등 다른 외국계 기관투자자가들이 가세하면서 1년만인 2005년 46%까지 늘었다. 삼성이 삼성SDI를 통해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는 등 지분 경쟁을 벌였지만 헤르메스는 2004년말 삼성물산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모두 380억원의 차익을 거두고 떠났다.
▶합병 장기화로 3세 승계작업에도 영향=엘리엇이 시세차익을 얻건 다른 계열사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동하건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번 사태가 법정공방 등으로 장기화 하면서 삼성그룹의 3세로의 승계작업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매입에 투입한 6000억∼7000억원을 몇 년씩 묻어둬도 상관이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면서 “10∼20%의 차익을 바라고 싸움을 시작했을 리도 없다”고 지적했다.
엘리엇의 자산규모는 290억달러(29조원)에 이른다. 김 소장은 “이번 합병 추진이 삼성의 승리로 끝나더라도 삼성의 승계와 지배구조 변경 등의 산적한 과제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박세환 기자/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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