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국회의 정부 시행령 수정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청와대로 공이 넘어간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내놓은 중재안에 새누리당이 이미 수용 입장을 밝힌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도 ‘조건부’로 추인하는 모양새다. 이제 선택은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에게 달렸다.
청와대는 여전히 ‘정의화 중재안’에 대해서도 반감 기류가 강하다.
청와대는 그동안 국회의 중재안 논의 과정에서 이렇다 할만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관망을 유지했지만 내부적으로는 거부권 행사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5일 국회법 중재안 자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해 “거기에 대해선 수차례 같은 말씀을 드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재안이 넘어온다 해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기존 청와대의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오는 16일이나 23일 국무회의에서 심의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야당과의 관계는 물론 당청 관계도 최악으로 치닫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 대통령이 지난 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지만, 국회의장이 나서서 조율하고 여야가 받아들인 중재안을 마냥 모른척하기도 부담스럽다. 거부권 행사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우선 박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까지 전격 연기하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15일 현재 메르스 확진환자는 150명, 사망자는 16명으로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정국은 ‘거부권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미 초동대처 미흡으로 박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고 여론이 악화된 판에 국민안전은 뒤로 한 채 정쟁에 몰두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인사청문회가 끝난 지 5일이나 지났지만 임명동의안 처리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는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 문제도 한층 꼬일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이 앞서 황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단독으로 채택한 가운데 또 다시 임명동의안 본회의 표결마저 단독으로 처리한다면 메르스 ‘컨트롤 타워’ 역할을 물론 국정운영의 한 축이 돼야 할 국무총리는 ‘반쪽 총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면 이미 ‘전쟁선포’로 규정한 야당과의 일전을 불사해야 한다.
정치권 안팎에선 새정치연합이 금융투자업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개정안 등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제활성화 법안과 연계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에 이어 올해 메르스 사태로 ‘일할 시간’을 놓친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일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시 통과여부도 불투명하다.
정 의장이 새정치연합의 중재안 수용 조건인 박 대통령 거부권 행사시 부의를 받아들인다면 재표결에 들어가야 한다. 이 경우 298명 의원의 전원출석을 가정했을 때 3분의 2에 해당하는 최소 199명이 찬성하면 통과되는데 국회법 개정안은 이를 상회하는 211명이 찬성한 상태다.
다만 박 대통령의 승부사 기질로 볼 때 이 같은 후폭풍을 감수하더라도 정면승부를 펼칠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는다.
정치권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라는 국가재난 위기 상황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갈등과 충돌은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정국혼란을 막고 총력을 모으기 위해 여야는 물론 청와대도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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